가치형 펀드 전성시대다.

올 들어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약세를 보인 반면 오랜 기간 동안 저평가 상태였던 중소형 주식들이 상승장을 주도함에 따라 가치형 펀드가 다른 어떤 유형의 펀드보다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또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한국 증시에 상장된 가치주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치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가치형 펀드들의 최근 1년간 수익률(9일 기준)은 평균 13.4%로 일반형 펀드(10.7%)와 테마형 펀드(8.7%)를 훨씬 웃돌았다.

또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펀드'는 연초 이후 27.27%, 최근 1년 동안 39.99%의 수익을 내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또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도 1년 수익률이 29.03%에 달했고 '삼성배당장기주식'과 '신영마라톤주식펀드'도 각각 17%와 14%대의 높은 수익을 보였다.

수익률 측면에서 가치주 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금 유입도 활발하다.

국내 일반형 펀드에서 최근 한달간 9304억원이 이탈했으며 테마형 펀드에서도 1479억원이 빠져나갔지만 가치형 펀드에는 7658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에는 연초부터 이달 초까지 총 1851억원이 순유입됐다.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의 경우 수탁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면서 판매를 아예 중단, 대신 후속 펀드로 '동양밸류스타주식투자신탁1호'를 내놓기도 했다.

가치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시황보다는 개별 종목의 저평가 여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 개별 종목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식을 사들인다.

가치투자를 천명한 펀드들은 상승장에서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보다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를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치투자는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 저위험 적정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방법"이라며 "고수익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수익을 꾸준히 내면 복리 효과가 나타나 장기투자 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투자는 이처럼 적정한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최근 가치형 펀드의 급격한 수익률 상승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국채 금리보다 다소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는 게 가치형 펀드의 목표인데 최근 수익률이 너무 올라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질까 우려된다"며 "가치주로 분류됐던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한 까닭에 향후 기대수익률은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아직도 주식시장에서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가치주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문제는 어떤 기업이 먼저 오를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며 "가급적 여러 가치주에 분산 투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