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용 < 저축은행중앙회 리서치센터장 >

금융 리스크에 대비하는 예금보험 제도에서 차등 예금보험료율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차등 예금보험료율제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기준으로 우량한 금융회사에는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좋지 않은 곳에는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 안전망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예금보험료란 예금 보험에 가입해 있는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로 이를 통해 고객의 예금이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그러나 차등 예금보험료율제는 도입 취지의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도입 시기와 방법에 있어 금융권별 특성을 고려한 형평성,영향 정도,영향에 대한 흡수 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예금보호 제도의 안전성만을 강조,금융회사의 부담을 무리하게 늘리다 보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커지는 역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첫째 예보가 내놓은 용역보고서를 보면 다른 금융권역의 기본 보험료율은 모두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유독 저축은행만 적립금 계정이 적자라는 이유로 기본 요율을 현행 0.3%에서 0.35%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보험료 부담으로 어려운 저축은행들의 영업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결과적으로 재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은 작년에만 예금보험료로 당기순이익의 약 20%(2004년 37%,2005년 26%)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부담했다.

이는 은행권의 3.7%,증권의 0.8%보다 훨씬 많다.

이번 안에 따를 경우 저축은행권의 보험료율은 더 높아져 은행권 등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둘째 차등 보험료율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기금 적자의 해소인데,기금 적자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생략돼 있다.

현상만을 진단해 처방을 내리면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은행권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8%를 넘는 10% 수준의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고,저축은행은 5% 미만이라는 당초 예정된 수준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런데도 지원 자금에 대한 회수율은 저축은행이 46%(은행권 36%)로 높아 건전성 확보에서 더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3년 신예금보험기금을 도입하면서 은행 등의 경우 총 99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반면 저축은행은 8조5000억원만 투입된 데다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져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 등은 순수하게 기금을 적립할 수 있었던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는 3550억원을 추가 적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고갈됐다.

만일 은행권의 경우도 저축은행과 같이 정리 위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 26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험료율 상향을 포함한 차등 요율제 도입은 이미 퇴출된 기관에 의해 발생한 목표기금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건전한 저축은행들까지 징벌적 취급을 받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셋째 저축은행 업계의 고객 특성과 그에 따른 저축은행의 특화된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저축은행은 주된 고객이 거래 규모,신인도 등의 면에서 은행권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예보의 금융권역별 리스크 지수(2000년 3월=100)를 보면 작년 말 현재 은행권이 96.6인 데 비해 저축은행은 88.9에 머물고 있다.

저축은행의 안정성 개선 속도가 은행권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결국 이 같은 점들이 무시된 채 제도가 시행돼 저축은행들이 다시 어려워진다면 금융 빈부격차를 제도적으로 키우거나 사금융(私金融) 확대를 초래할 수도 있다.

차등 요율제는 저축은행의 특성 등을 고려해서 은행권이나 보험권부터 시행한 뒤 경쟁력 확보 상황을 지켜보며 저축은행에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금 적립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보험에서 적자를 본 저축은행 계정이 다른 금융 계정에서 빌려 온 계정 간 차입금을 무이자로 전환한다면 8년이면 적자를 해소할 수 있고 목표기금 도달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부실 저축은행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업계 내 상호 원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