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SRㆍSocial Responsibility)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최근 들어 국제표준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까지 확대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제표준이 시행되는 2009년 말이면 사회적 책임이 기업 생존의 또하나의 잣대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조직의 활동과정에서 윤리 및 지배구조, 환경, 인권, 사회공헌 등의 가치를 제고시켜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책무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되는 것이다.이 같은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떠오른 데는 몇 가지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와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세계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가 지구촌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기에다 1998년 다국적 기업 나이키의 제3세계 아동에 대한 노동 착취사건과 2001년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세계적 공론화에 불을 당겼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의 국제표준 제정을 재촉했다.

이에 따라 ISO 이사회는 2001년에 처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표준제정 타당성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각국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 대응포럼에서 발표된 국제표준 보고서는 각국의 협의를 거쳐 2009년 11월 국제표준안으로 확정 발간된다.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표준은 앞으로 개별 국가나 기업이 거래대상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기업의 환경 노동 소비자보호 등 경영활동 외적인 평가비교가 가능해져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또다른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철강업종의 경우 △제품 1t 생산시 사용 에너지량 △제품 1t 생산시 물사용량 △제품 1t 생산시 공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 △연간 종업원 고용증가수 △공정거래 위반수 등이 일목요연하게 비교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이를 토대로 상품 및 투자의 선택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가들은 SR 국제표준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미국은 윤리경영 투명회계 등을 중심으로 국내 법규 및 판결지침 정비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관한 규율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사회적 책임투자(SRI) 활성화를 위한 SRI펀드를 1984년 400억달러에서 2003년 2조1640억달러로 증액했다.

유럽지역은 EU 차원에서 CSR그린페이퍼 발간 및 다자 간 포럼 등을 통해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별 실례를 보면 영국은 통상산업부 내에 세계 최초로 CSR Minister(차관보급)를 임명했고 연매출 500만파운드 이상 기업에 SR보고를 의무화하는 기업책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CSR Minister를 임명하고 최근 연기금 사회책임투자(SRI)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SRI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응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은 기업 주도로 경영윤리실천연구센터를 설립했고 경산성과 경단련은 CSR표준위원회를 설립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표준협회가 사무국을 맡아 사회적 책임표준화 포럼조직을 구성해 준비하고 있다. SR정책, 기업, 환경ㆍ노동, 소비자ㆍ비정부기구(NGO) 분과위원회 등 4개 전문 영역별 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분과위원회별 업무를 구체적으로 보면 SR정책분과위원회는 ISO표준화 활동 대응과 국제기구 지침 및 해외표준 비교 분석 등을 하며 기업분과위원회는 국내 실태조사 및 업계 대응과 ISO 표준 제정시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환경ㆍ노동분과위원회는 국제기구 및 국내 관련법 분석ㆍ반영과 국내 실태조사 및 관련 단체 의견수렴 업무를, 소비자ㆍNGO분과위원회는 이해관계자 의견반영 및 모니터링 체계 검토 등을 맡는다.

한국표준협회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표준화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2002년부터 국제시스템인증컨퍼런스(ISCC)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시스템 경영을 잘 한 우수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에 '대한민국시스템경영대상'을 수여한다.

올해 수상업체로는 풍산 온산공장, 대림요업, 광명전기, 노루페인트, 영풍파일 등 12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종합대상은 풍산 온산공장과 대림요업에서 받는다. 삼성테스코는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 등을 견고하게 구축해 지속가능경영 대상을 수상한다. 공공부문에서는 환경경영시스템을 구축한 강릉시청이 받는다. 이와 함께 광명전기 영풍파일 등 7개 중소기업도 환경경영 지역사회봉사 활동 등을 잘해와 이번 수상업체로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고객가치 혁신을 위한 창조와 도전의 시스템 경영'이란 주제로 경영 전문가들이 참가해 경영전략, 전문경영, 환경경영, 지속가능경영 등 4개 분야 세션으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