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저(低)환율(원화 강세)과 저(低)생산성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고(高)임금 및 고(高)원자재 값으로 제조원가 비중이 갈수록 상승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획기적 수준의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지 못하면 '수익성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중은 2003년 76.6%에서 2004년 79.5%,2005년 82.4%,2006년 83.0%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000만원짜리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이 1660만원이나 된 셈이다.

이는 3년 전보다 128만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제조원가는 재료비와 공장의 전기요금과 같은 간접비용,상여금을 비롯한 임금 등 제조 과정에 들어간 직·간접 비용을 뜻한다.

기업 활동에는 이에 더해 마케팅비와 물류비,복리후생비 등이 추가로 필요한 데다 금융비용과 감가상각비 등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80%를 넘어서면 기업은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업체별로는 현대차의 제조원가 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율은 2003년 74.6%에서 지난해에는 83.8%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제조원가 비율도 79.1%에서 85.9%로 증가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를 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면서 9.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일본 도요타가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중을 70%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제조원가 비중이 이처럼 높아지고 있는 것은 철강재 등 원자재값 상승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자동차 소재로 많이 쓰이는 비철금속은 지난해 말 기준 수입 가격이 2003년 초에 비해 173.2%나 올랐다.

철강재 가격도 같은 기간 89.4% 비싸졌다.

매년 급격하게 올라가는 임금도 원가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조 파업이 끝나면 생산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특근을 실시하는데 이때 정상(평일)근무보다 몇 배나 많은 수당을 지급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조원가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에 환율 하락은 직격탄이 되고 있다.

수출 물량 감소는 물론 부품 국산화 비율이 높은 해외 현지 공장의 가격 경쟁력까지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실제 2003년 1191원이던 원·달러 환율(연 평균)은 지난해 956원으로 20%가량 급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920원대에 머물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 한계치를 시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계 합리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구조 혁신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의 70%는 설계 과정에서 결정된다"며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업체를 참여시켜 비용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계 단계는 물론 컨셉트 구상 과정에서부터 원가 혁신 노력을 기울여 매년 2000억엔(약 1조54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닛산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아반떼를 만드는 현대차 울산 3공장은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주문량이 밀린 반면 스타렉스와 투싼 등을 생산하는 4공장과 5공장은 일감이 없는데도 노조의 반대로 여유 인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전환배치를 하지 못했다"며 "생산 현장의 유연성 부족이 현대차의 생산성을 도요타의 60% 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