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전반적으로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가운데 환율-금리-물가 등 주요 경제 변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고,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 불안마저 겹치는 '트리플 악재'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국내 경제의 발목을 붙잡을 조짐이다.

정부 정책도 환율-금리-물가 중 어느 한쪽을 풀려다 보면 다른 쪽이 엉켜 버리는 '트릴레마(Trilemma·세 가지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초 950원 수준이었으나 16일 종가는 924원으로 한 달반 만에 25원 이상 하락했다.

원·엔 환율도 한때 820원대에서 지금은 767원 선으로 내려와 1997년 10월24일(762원60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과 경합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최근 한 달간 가파르게 상승해 연 5%를 넘어섰다.

국고채 금리도 3년물이 3월 말 연 4.75%에서 최근 5%를 넘어서는 등 큰 폭으로 뛰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중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 물가 불안이 조만간 가시화할 공산이 커졌다.

4월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전월에 비해 2.0% 오르면서 3개월 연속 상승,1년 전에 비해 3.9%나 올랐다.

원유와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석유제품과 금속 1차제품 가격도 최근 들어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재료와 중간재의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율-금리-물가의 움직임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풀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출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돈(원화)을 풀 경우 채권 공급 물량이 늘어나 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고,결국 빚이 많은 서민들의 고통이 커진다.

돈이 많이 풀리는 만큼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커 서민들의 고통은 배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율 하락을 방치하면 수출 기업들의 해외 판매와 수익성이 악화해 경기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금리 정책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더욱 촉발할 수 있고,금리를 올리면 고금리를 겨냥한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으로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수입재 및 중간재 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환율 하락을 용인 할 경우 국내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환율-금리-물가가 이처럼 경기에 나쁜 방향으로 제각각 흘러갈 경우 정책 당국의 트릴레마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승윤/박성완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