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기도 전에 환율이 떨어지고,금리가 상승하고,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확장 국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경기 회복 초입 국면에 환율과 금리 물가 등 3대 경제 변수가 모두 경기에 나쁜 쪽으로 움직여 정책 당국이 '트릴레마(3중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단기 외화 차입을 규제했지만 시장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등 트릴레마의 악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차단하고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

환율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등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일본 돈으로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3월5일 951원4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924원으로 연초(925원60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원·엔 환율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엔화는 계속 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3월5일 100엔당 822원80전까지 올랐으나 16일 767원82전까지 다시 떨어졌다.

이는 1997년 10월24일의 762원64전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일본 기업들은 엔저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반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50대 수출 품목 중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 수는 절반인 24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