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방송된 것은 엄지공주 윤선아씨 이야기, 이후 많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어졌고 16일 저녁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에 이어 '안녕 아빠'는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아빠를 위한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는 모습이어서 더욱더 가슴 찡한 방송이었다.
영훈과 규빈,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남겨진 시간은 이제 한달이다.
10년만, 5년만, 아니 1년만 더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이제는 아빠를 보내드릴 준비를 해야한다.
"아빠는 우리를 꼭 안아 주셨어요~ 참 포근해요, 아빠 품 속에서 오래오래 있고 싶어요~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요… 눈물 때문에 아빠 얼굴까지 흐릿하게 보이는데… 아빠가 눈물을 닦아 주셨어요."
"규빈아 고마워, 사랑해" "예뻐~ 미안해"
"아빠의 말을 다 알아 들을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아빠의 마음은 알 것 같아요"
1997년 봄~ 변변한 직장이 없는 규빈아빠와의 결혼을 부모님들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한 은희씨.
하지만 이들부부의 행복은 잠시일뿐, 영훈이를 낳고 둘째 규빈이가 뱃속에서 3개월을 보낼때 사랑하는 남편 준호씨가 쓰러졌다. 대장암이었다.
친정가족들은 남편없이 하나도 아닌 둘을 키울 수는 없다고 유산을 권했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예쁜 규빈이를 낳았다. 준호씨도 기적을 만들어냈다. 대장을 잘라내고 다시 일어선 것이다.
하지만 은희씨는 이제 슈퍼우먼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두 아이를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출근 후에도 틈틈이 남편을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고, 그리고 퇴근 후에는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 또다시 남편을 돌보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고…
슈퍼우먼 은희씨지만 병원에서는 그녀에게도 휴식을 권한다. 갑상선 이상으로 그녀 또한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은 없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려는 남편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이상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없는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인데…
2006년 11월 그녀는 또한번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말을 듣는다.
"올해를 못 넘기겠습니다. 준비하세요"
이제 겨우 마흔인 남편을 보낼 수가 없는데, 초등학생인 영훈이와 규빈이를 남겨놓고 혼자서 이끌어야 할 삶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기적처럼 살아났던 남편이기에 암을 이겨낼 수 있을꺼라 믿었지만 이제 준호씨의 몸은 대장 뿐만 아니라 십이지장, 위, 폐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이다.
더이상 희망을 가질 여지가 없다.
온 몸으로 퍼진 암때문에 하루 1000mg의 모르핀 투여로도 막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 그래도 아내 은희씨는 포기할 수 없다. 남편 간호에 최선을 다하는 은희씨.
이제 정말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이렇게 떠날 수는 없다고 절규하는 준호씨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준비해야 한다.
온 가족이 부둥켜 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2006년이 몇일 남지 않은 밤.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아빠였지만, 사랑하는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세상에 남겨두고 먼저 먼 길을 떠나는 준호씨.
아내는 얘기한다.
"걱정하지마~~ 내가 아이들 잘 키울께… 잘가요 내사랑"
방송이 끝난 후 방송 내내 눈물을 흘리며 아픈 가슴으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규빈이 가족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랍니다. 남은 가족분들 남편과 아빠 몫까지 건강하게 잘사세요. 가슴이 너무 메여옵니다" 라며 글을 남기기도 했고, "너무나 가혹한 일이지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건,,그러나 규빈이네는 아빠와 함께 숨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 무언지 제게 길을 제시해준 가족이였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일로 끝맺는 '사랑' 시리즈의 마지막은 '석회화증'이라는 병으로 온 몸이 굳어가는 '돌시인' 박진식(40세)와 그의 어머니의 사연이 방송을 탄다.
[ 한경닷컴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