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경선규칙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을 분당의 위기로 몰고 가던 이명박씨와 박근혜씨 간의 싸움이 겨우 봉합됐다.

이제 이 두 사람이 진정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정책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경선(競選)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아직 이 두 사람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해 온 두 사람과 그러한 치졸한 싸움을 부추겨 온 주변 참모들의 행태를 보면 오로지 권력을 잡겠다는 욕심밖에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쟁취하고 난 다음에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과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양 진영에서 한반도 대운하(大運河)니 열차 페리니 하는 몇몇 튀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긴 했지만 멀리 내다보는 국가비전에 바탕을 둔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에 근거하지 않는 한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移轉)과 같은 정략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제 두 사람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대선후보로서의 치열한 자질 검증은 당연히 거쳐야 하겠지만 두 사람 모두 이미 10여년 이상 국민에 의해 선출된 공인(公人)으로 살아 온 이상 우리 국민이 알아야 할 만큼은 다 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방을 상처내기 위한 정략적 공격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멸의 길이 될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소위 범여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여 동안 이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 놓고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한 국정 실패자로서 왜 또 다시 집권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

그들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50%가 넘는 국민 지지도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이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또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먼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

충청과 호남을 엮는 지역주의의 연명(延命)을 통해서,온갖 정치적 쇼와 정략을 동원한 막판 뒤집기를 통해서 정권을 잡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가.

그렇게 집권을 하고 나면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두루뭉술하게 중도개혁 운운하지 말고 그들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명확한 비전과 정책의 제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울 대선(大選) 후보들도 정책을 통해서 경선 경쟁을 해야 하고 야당에 대해서도 정책을 통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수단들이어야 한다.

2019년께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떨어질 고령(高齡)사회로 진입하기 전까지 매년 평균 5.2%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하면 이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세계 12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제2의 대도약,즉 선진화 혁명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러한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선진화 혁명을 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수단, 그리고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그는 무엇보다 포퓰리즘으로 왜곡(歪曲)된 교육제도를 개혁해 우리의 유일한 자원인 사람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고,낭비적인 수도 분할과 공기업 이전 계획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代案)을 제시해야 하고,노사 안정을 위해 노·사·정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또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정부조직과 인원의 축소를 단행해야 한다.

이 모두가 하나같이 이해집단의 반발을 야기할 어려운 과제들이기에 집권 초기에 신속히 단행하지 않으면 결코 이뤄낼 수 없는 것들이다.

임기 5년은 무능한 정권에는 긴 세월이지만 제대로 일하기엔 너무나 짧은 기간이다.

소위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정책을 두고 진검승부를 해야 하고 우리 국민 또한 이번만은 정책을 바탕으로 지도자의 자질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