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하나투어 ‥ "여행 '글로벌 톱10' 문제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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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국내 여행업계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두 차례의 융단 폭격을 받았다.
그때마다 대다수 여행사들은 어김없이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증 요법을 생존 전략으로 택했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이 기간 동안 단 한 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았다.
'여행업이야말로 사람이 전 재산'이라는 박상환 사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런 고집은 실적과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통해 여행업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2003년의 사스를 계기로 업계 최초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국내 여행업계의 절대 강자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동원,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며 글로벌 여행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의 절대 강자
'패키지 여행객 330만명,항공권 구입을 포함한 여행객 580만명.'
하나투어가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해외로 내보낸 국내 관광객 숫자다.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한 명꼴로 하나투어가 개발한 여행 상품이나 비행기 티켓구매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지난해 패키지 여행 시장점유율은 13.4%로 2위인 모두투어(6.2%)를 2배 이상 앞서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시장점유율 증가폭이 3%포인트 안팎에 달하고 있어 올해는 패키지 여행 시장점유율이 16%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하나투어가 여행객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도매여행사(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는 전문 소매점이 담당하는 여행사)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점유율 증가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의 경쟁력은 1위 업체로서 이미 후발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롯데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하드블록(여행사가 항공사 비행기 좌석을 미리 대량 매입하는 것) 폐지 등의 악재가 터져나왔음에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하나투어는 2000년 상장 이후 매년 30~40%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올해는 전년의 1663억원보다 30%가량 늘어난 2239억원의 매출로 여행업체 중 처음으로 외형 2000억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결은 오픈·상생경영
박 사장의 집무실 문 앞에는 '사장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없다.
대신 'Park's Room'과 'meeting room'이 앞뒤로 적혀 있는 간이 팻말이 걸려 있다.
출장이 잦은 박 사장이 지난해부터 자신의 사무실을 회의실 겸용으로 내놓은 것이다.
여행업계를 초토화시킨 외환위기와 사스 위기를 직원들과 함께 극복하면서 상하간 벽을 없앤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임직원이 1200명에 달하는 하나투어에는 노조가 없다.
일찌감치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대다수 임직원이 주주인 데다 실적에 비례한 철저한 보상시스템 덕분에 경영진과 대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투어 임직원의 보유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우리사주가 없는 직원들을 위해 스톡 옵션을 직급별로 나눠 주고 있다.
덕분에 하나투어의 최고 부자는 사실상 지분을 팔 수 없는 박 사장이 아니라 초기 회사 멤버인 K 이사라는 우스개 얘기가 나돌 정도다.
박 사장이 하나투어를 설립할 당시 과장이었던 K 이사는 액면가 500원 선에 70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8만주가량 팔고도 아직 15만주(시가 105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방식 적용에도 하나투어는 가장 적극적이다.
2005년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결합한 '일자리 나누기' 제도를 도입했다.
만 50세가 넘으면 임금을 80%만 받고 하루 덜 일하게 했다.
55세는 60%에 주 3일,60세에서 정년까지는 40%만 받고 주 2일 근무하는 식이다.
현재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박 사장을 포함해 네 명이다.
◆글로벌 TOP 10에 도전
하나투어 주가는 최근 4년간 지칠 줄 모르는 기세로 올랐다.
2003년 3월 1만417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고 8만1200원까지 오른 뒤 최근 7만원 근처에 머물러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여행산업의 조기 포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인구 대비 출국자 수가 36%인 데 반해 우리는 19% 수준에 머물고 있어 40%까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가의 추가 상승여력이 적지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30% 선에 도달하는 2010년까지는 국내 여행시장의 성장세가 확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고의 여행업 브랜드 구축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로 2008년까지 하나투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33~3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의 시선은 단기 성장성 논쟁보다 훨씬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 매출 4000억원,경상이익 600억원으로 세계 10대 여행사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최근 대기업이 여행업에 다시 가세하는 이유가 성장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미국 비자면제 가능성,국내 항공산업 자율화 등 성장 가능성이 어느 산업보다 크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그때마다 대다수 여행사들은 어김없이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증 요법을 생존 전략으로 택했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이 기간 동안 단 한 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았다.
'여행업이야말로 사람이 전 재산'이라는 박상환 사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런 고집은 실적과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통해 여행업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2003년의 사스를 계기로 업계 최초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국내 여행업계의 절대 강자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동원,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며 글로벌 여행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의 절대 강자
'패키지 여행객 330만명,항공권 구입을 포함한 여행객 580만명.'
하나투어가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해외로 내보낸 국내 관광객 숫자다.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한 명꼴로 하나투어가 개발한 여행 상품이나 비행기 티켓구매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지난해 패키지 여행 시장점유율은 13.4%로 2위인 모두투어(6.2%)를 2배 이상 앞서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시장점유율 증가폭이 3%포인트 안팎에 달하고 있어 올해는 패키지 여행 시장점유율이 16%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하나투어가 여행객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도매여행사(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는 전문 소매점이 담당하는 여행사)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점유율 증가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의 경쟁력은 1위 업체로서 이미 후발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롯데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하드블록(여행사가 항공사 비행기 좌석을 미리 대량 매입하는 것) 폐지 등의 악재가 터져나왔음에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하나투어는 2000년 상장 이후 매년 30~40%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올해는 전년의 1663억원보다 30%가량 늘어난 2239억원의 매출로 여행업체 중 처음으로 외형 2000억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결은 오픈·상생경영
박 사장의 집무실 문 앞에는 '사장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없다.
대신 'Park's Room'과 'meeting room'이 앞뒤로 적혀 있는 간이 팻말이 걸려 있다.
출장이 잦은 박 사장이 지난해부터 자신의 사무실을 회의실 겸용으로 내놓은 것이다.
여행업계를 초토화시킨 외환위기와 사스 위기를 직원들과 함께 극복하면서 상하간 벽을 없앤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임직원이 1200명에 달하는 하나투어에는 노조가 없다.
일찌감치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대다수 임직원이 주주인 데다 실적에 비례한 철저한 보상시스템 덕분에 경영진과 대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투어 임직원의 보유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우리사주가 없는 직원들을 위해 스톡 옵션을 직급별로 나눠 주고 있다.
덕분에 하나투어의 최고 부자는 사실상 지분을 팔 수 없는 박 사장이 아니라 초기 회사 멤버인 K 이사라는 우스개 얘기가 나돌 정도다.
박 사장이 하나투어를 설립할 당시 과장이었던 K 이사는 액면가 500원 선에 70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8만주가량 팔고도 아직 15만주(시가 105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방식 적용에도 하나투어는 가장 적극적이다.
2005년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결합한 '일자리 나누기' 제도를 도입했다.
만 50세가 넘으면 임금을 80%만 받고 하루 덜 일하게 했다.
55세는 60%에 주 3일,60세에서 정년까지는 40%만 받고 주 2일 근무하는 식이다.
현재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박 사장을 포함해 네 명이다.
◆글로벌 TOP 10에 도전
하나투어 주가는 최근 4년간 지칠 줄 모르는 기세로 올랐다.
2003년 3월 1만417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고 8만1200원까지 오른 뒤 최근 7만원 근처에 머물러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여행산업의 조기 포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인구 대비 출국자 수가 36%인 데 반해 우리는 19% 수준에 머물고 있어 40%까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가의 추가 상승여력이 적지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30% 선에 도달하는 2010년까지는 국내 여행시장의 성장세가 확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고의 여행업 브랜드 구축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로 2008년까지 하나투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33~3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의 시선은 단기 성장성 논쟁보다 훨씬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 매출 4000억원,경상이익 600억원으로 세계 10대 여행사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최근 대기업이 여행업에 다시 가세하는 이유가 성장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미국 비자면제 가능성,국내 항공산업 자율화 등 성장 가능성이 어느 산업보다 크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