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조지 소로스,에드워드 램퍼트,칼 아이칸.'한 사람만으로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가들이다. 이런 대가들의 이름이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동시에 거론됐다. 특정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이 소식으로 해당 종목은 물론 업종이 상승세를 탔고 뉴욕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대가들의 손놀림이 바빠진 것을 보니 강세장은 강세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화제의 인물은 '제2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램퍼트(45). 헤지펀드인 ESL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인 램퍼트는 작년부터 씨티그룹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 지난 3월 말 현재 15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다. 이는 씨티그룹 발행주식의 0.3%에 달하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씨티그룹 주가는 2003년 이후 최대인 4.0%를 뛰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램퍼트는 씨티그룹 주식을 사모으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그가 버핏 못지 않은 가치투자 신봉자인 만큼 강세장을 예측해 대형주인 씨티그룹을 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램퍼트는 최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년 연봉은 13억달러로 1조원이 넘는다.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던 램퍼트는 1988년 헤지펀드인 ESL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2003년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던 K마트를 인수한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회사를 살려냈다. 이후 시어스와 합병한 뒤 현재 시어스홀딩스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손대는 주식마다 엄청난 수익을 내 씨티그룹의 주가 움직임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투자의 귀재' 버핏은 헬스케어 업체인 존슨앤드존슨 지분을 배로 늘려 지난 3월 말 현재 487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SEC에 보고했다. 이 덕분에 존슨앤드존슨은 물론 헬스케어 업종도 1%가량 뛰었다. 그런가하면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을 두 배 이상 늘렸다고 SEC를 통해 공시했다. '억만장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버핏이 손댔던 철도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아이칸은 미국 3위의 철도회사인 CSX의 지분 268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매입한 주식은 모두 뉴욕증시를 대표할 만한 블루칩이다. 그러다보니 대가들이 블루칩을 사들이는 건 향후 장세에 대한 확신에 따른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확실한 강세장인지 아닌지 분명치는 않지만 월가 분위기는 뜨겁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