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미쳐 지냈던 김 부회장에게 부인 황선희씨(54)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힘든 순간에 직면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그의 등 뒤를 받쳤다고 한다.

부인과는 맞선을 통해 만났다.

부인이 대학을 졸업하던 해였다.

김 부회장의 말을 빌리면 인물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었단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여자.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자"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서로 느낌이 통했는지 두 사람은 만난 지 보름되던 날 약혼을 했고,다시 보름 뒤에 결혼식을 올렸다.

장남 대현씨(31·회사원)가 어릴 적에 무척 앓아 누웠던 적이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친 그는 지쳐 잠이 들었지만 아내는 밤이 새도록 아들 머리맡을 지켰다.

미안한 마음에 "부정(父情)보다 모정(母情)이 낫다" 싶었지만 그 말은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누가 물어본 적이 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 마누라를 만나겠느냐'고 말이지요.

저는요,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 마누라와 살고 싶어요."

김 부회장은 오는 9월이면 며느리를 맞이한다.

아내와 "똑같은 스타일"이라며 그는 예비며느리 이야기에 신바람을 냈다.

미국의 공인회계사 자격증(AICPA)을 딴 뒤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단다.

"똑떨어지게 머리도 좋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좋다"며 자랑을 감추지 못했다.

김 부회장은 요즘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시간을 많이 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럽을 종주하는 '선심'도 한번 썼다고 한다.

김 부회장에게 지면을 빌려 아내에게 한 말씀 해보시라고 권했다.

무뚝뚝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부산 사나이.그는 아내에게 어떤 말을 남겼을까.

"경상도 남자들은 (사랑한다는 말) 잘 못하지.나는 회사를 위해 살면서 가정을 포기하다시피 했어.그런데도 군말 없이 내조를 해주고 우리 애들을 잘 키워준 게 너무 고마워.정말 고맙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