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이 이뤄짐에 따라 남북 철도를 이용한 대륙철도의 연결 가능성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번 남북철도 시험운행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만 일단 양측 간 철로를 이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이 이뤄지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대륙철도와 연결이 불가능하고,폐쇄적인 북한 정권의 특성상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아 장밋빛 전망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륙철도 연계 효과는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유럽 간 물류수송비는 철도가 해운보다 운송 거리 면에서 1만여km,운송 시간은 14∼15일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 요금도 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당 최대 260달러 싸다.



즉 남북철도가 TSR와 연결되면 그동안 해운이 거의 독점하던 한국과 유럽 간 수출입화물의 수송을 철도가 분담할 수 있게 된다. 두 교통 수단 간 경쟁이 촉진되면서 추가적인 수송 요금의 절감과 양질의 수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선 운송 거리 및 시간 단축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러시아 및 유럽 교역량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서유럽 항구까지 해상운송 비용이 1659∼2050달러인 데 비해 TSR는 평균 1347달러로 컨테이너당 400달러 정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또 남북철도는 환동해경제권과 환황해경제권의 교집합 지역인 한반도를 종단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육상 물류 및 국제 복합 운송의 거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남북철도가 TSR와 연계될 경우 한반도의 동북아 물류중심화 전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륙철도 연계까지 과제는

남북철도가 대륙철도인 TCR,TSR와 연결되려면 △국가 간 철도 궤도의 차이 △운송 체계상의 차이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국경 통과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관검사,검역 등 출입국 관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또 통과 국가에 따라 선로 궤간의 차이가 있어 국경을 통과할 때 환적,환승을 하거나 대차 교환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철도화물 운송 경쟁력을 높이려면 궤도를 자동으로 바꾸는 가변형 대차시스템을 도입하고 객·화차의 표준화,직·교류 겸용 기관차의 도입,상호 호환되는 신호시스템의 적용 등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제철도 운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운임 등 통일된 국제 협약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 적극 행보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최근 경의선·동해선 남북열차 시험운행을 계기로 대륙횡단철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향후 남북 철도 정식 개통과 더불어 TSR와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북한 철도 현대화를 지원하더라도 대륙철도 연결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동안의 원칙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할 생각으로 남측,북측,러시아 3자 철도 모임을 재개하고 3국 철도장관 회의 개최 필요성 여부를 분석해 관련국과 협의하겠으며 3국 철도운영자회의를 정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철 코레일(옛 철도공사) 사장도 "다음 달 말 평양에서 김용삼 북한 철도상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등과 함께 제2차 남·북·러 철도운영자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이 사장은 "우리와 러시아는 이미 동의했고 북측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며 "회담이 열리면 한반도횡단철도(TKR)와 TSR 연결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러의 철도 수뇌부는 작년 3월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나흘간 제1차 남·북·러 철도운영자회의를 갖고 TKR-TSR 연결을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