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가 모든 아파트로 확대되는 9월부터 의무화되는 마이너스 옵션제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제가 도입되면 마감재 가격만큼 분양가가 낮아지고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지는 반면 입주 전에 개별 시공하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어떤 쪽을 선택할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이너스 옵션품목 중 상당수가 결국 소비자들이 입주 전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어서 자칫 분양계약자들의 불편만 키울 수 있는 만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소비자 선택폭 넓어져

마이너스 옵션제는 내부 마감재와 인테리어 공사 등을 하기 전 단계인 골조 상태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이다.

옵션품목은 도배 장판 조명 싱크대 붙박이장 욕조설비 등이다.

옵션품목을 계약하지 않으면 분양가가 그만큼 낮아져 소비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이 줄게 된다.

또 입주 전에 자신이 원하는 마감재를 스스로 선택해 설치하면 되므로 불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장점이다.

요즘도 중·대형 평형 수요자의 경우 입주 전에 이미 설치된 마감재를 뜯어내고 새로 고치는 사례가 있어 마이너스 옵션제가 도입되면 입주자들의 이중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설치 땐 비용 더 들 수도

문제는 마이너스옵션을 선택한 입주자는 각종 마감재를 일일이 개별구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설사가 이들 옵션품목을 설치할 경우엔 대량구매가 가능해 마감재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입주자가 개별 설치하면 제 값을 다 줘야 한다.

똑같은 품목이더라도 설치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내부 마감재를 개별 시공하면 건설사가 대량 시공할 때보다 비용이 10~20% 안팎 더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컨대 인천에서 마이너스 옵션제가 첫 적용된 풍림산업의 '용현·학익 엑슬루타워'(40평형)의 경우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분양가가 2768만원 낮아지지만 입주 직전에 같은 품질로 입주자가 개별 시공하면 3000만~4000만원이 들어갈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효과는 미지수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으로 9월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는 마감재 설치 범위에 따라 △표준형 △풀옵션형(발코니 트기 추가) △마이너스옵션형 가운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옵션품목 가운데 상당수는 장판·벽지·타일·조명 등 입주자들이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마감재인 데다 건설사들도 필수 품목과 선택 품목을 패키지로 묶어 내놓을 가능성이 커 마이너스옵션을 선택하는 계약자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발코니 트기가 포함되는 풀옵션형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옵션 계약조건을 두고 소비자와 건설사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지만 수십가지가 넘는 마감재를 모두 개별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분양가 인하효과는 미미하고 불편만 키울 수 있는 만큼 실제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