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비바람을 몰아치던 먹구름도 물러났다.

17일 오전 11시28분,반세기를 기다린 철마(鐵馬)들은 거의 동시에 우렁찬 기적소리를 하늘 높이 뽑아냈다.


경의선 열차는 남측 문산역에서 북측 개성역(27.3km)을 향해,동해선 열차는 북측 금강산역에서 남측 강원 제진역(25.5km)을 향해 출발했다.

기관차 1량,객차 4량,발전차 1량을 연결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는 각각 남측 100명,북측 50명의 잔뜩 상기한 승객을 태우고 56년 전과 57년 전의 기억을 거슬러 달렸다.

기자가 몸을 실은 쪽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측 내각 책임참사가 탑승한 경의선.철거덕 철거덕거리는 시속 20km의 음율에 취했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임진강을 건너 도라산역이다.

문산역에서 12km 지점이다.

간단한 통행·세관검사를 마치니 낮 12시10분.분단의 장벽인 군사분계선(MDL)은 이날만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경의선의 통과를 허락했다.

남북 열차가 남북 연결 구간을 오간 것은 경의선의 경우 1951년 6월12일 이후 56년 만이며 동해선은 57년 만이다.

행사 관계자는 "경의선 열차는 낮 12시18분께,동해선 열차는 12시21분께 각각 MDL을 통과해 북과 남으로 달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운행의 성사로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의선과 동해선이 정식 개통될 경우 개성공단 조성 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이재정 장관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달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정식 개통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군사회담에서도 그런 의견이 오갔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단계적·부분적 개통이 현실적이며 금년 중에는 부분적 개통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