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정부의 금융정책이 '환율 안정'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자금이 풀려나가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금리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하더라도 더이상 환율 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17일 5억~10억달러로 추정되는 돈을 환율 방어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강력한 구두 개입과 시장에서 달러 매수로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4원10전 오른 928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자금시장은 국고채 금리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일제히 오르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날 0.04%포인트 올랐고 CD금리도 0.01%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위해 달러를 매입할 경우 시장에 원화가 그만큼 풀려나가게 되고 이 돈을 환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이나 국고채 등을 발행해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채권 공급물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외환당국은 이날 5억~10억달러가량을 실제로 투입함으로써 '금리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올해 들어 처음이고 달러 매입 규모도 상당히 컸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4원10전)은 지난 3월5일(8원30전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정부의 개입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반응이 나오면서 장 막판에 환율이 급등했다.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925원 선과 928원 선을 단숨에 뚫고 올라와 환율 반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출업체 등 달러계약을 매도하려는 세력이 강해 환율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의 의중에 따라 환율이 등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선 등 수출업체들이 당국의 시장 개입을 달러매도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