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채찍' 빠진 인문학 지원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문대학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이 있습니까.
인문학 교수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만 예산을 집중한 것 아닙니까."
17일 향후 10년간 4000여억원의 예산을 인문학 진흥에 투자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 안을 발표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브리핑룸.연구소 육성,저술·출판·기획연구 지원에 대부분의 예산이 집중돼 있는 것을 확인한 기자들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인문분야 학자들의 구직을 도와주는 것으로는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뜻을 담고 있는 질문이다.
이어 "수요보다 많은 인문학 분야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브리핑에 나선 이종서 교육부 차관의 답은 "인문학과 정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사실이다.
대학들은 학부제 도입 등을 통해 인문학 분야 정원을 자체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이 해결해 줄 것이다"였다.
인문학연구소의 설립에 예산을 집중한 것과 관련해서는 "인문학 관련 교수들이 전체 교수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84%에 달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에서 지원하는 연구비 수혜비율은 3.79%에 불과하다"며 "인문학의 연구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교육부 측의 설명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근간이지만 실제 구직에서의 소용은 적다는 태생적인 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정부가 인문학자들의 연구환경 개선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인문학 진흥 정책에 '당근'만 있지 '채찍'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가에서는 가장 힘든 일로 학과의 구조조정을 든다.
수요가 없는 학과라 하더라도 교수를 선발하고 학과가 꾸려져 있는 경우 폐지나 축소가 거의 불가능하다.
'프랑스보다 불문학자가 더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인문학자의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문학의 위기'는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의 도움으로 인문학 분야 교수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성공했다는 평을 듣지 않으려면 강도 높은 인문학의 구조조정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knyung.com
인문학 교수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만 예산을 집중한 것 아닙니까."
17일 향후 10년간 4000여억원의 예산을 인문학 진흥에 투자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 안을 발표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브리핑룸.연구소 육성,저술·출판·기획연구 지원에 대부분의 예산이 집중돼 있는 것을 확인한 기자들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인문분야 학자들의 구직을 도와주는 것으로는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뜻을 담고 있는 질문이다.
이어 "수요보다 많은 인문학 분야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브리핑에 나선 이종서 교육부 차관의 답은 "인문학과 정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사실이다.
대학들은 학부제 도입 등을 통해 인문학 분야 정원을 자체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이 해결해 줄 것이다"였다.
인문학연구소의 설립에 예산을 집중한 것과 관련해서는 "인문학 관련 교수들이 전체 교수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84%에 달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에서 지원하는 연구비 수혜비율은 3.79%에 불과하다"며 "인문학의 연구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교육부 측의 설명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근간이지만 실제 구직에서의 소용은 적다는 태생적인 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정부가 인문학자들의 연구환경 개선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인문학 진흥 정책에 '당근'만 있지 '채찍'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가에서는 가장 힘든 일로 학과의 구조조정을 든다.
수요가 없는 학과라 하더라도 교수를 선발하고 학과가 꾸려져 있는 경우 폐지나 축소가 거의 불가능하다.
'프랑스보다 불문학자가 더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인문학자의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문학의 위기'는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의 도움으로 인문학 분야 교수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성공했다는 평을 듣지 않으려면 강도 높은 인문학의 구조조정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k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