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우리 말로 포도주라고 간편하게 부르지만 세부 상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외국 와인의 이름을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으로 읽고 또 그렇게 표기한다.

한국어로는 차이를 알아낼 수 없는 발음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탓에 혼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와인이 유명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를 쓰지 않아 더욱 골치가 아프다.

과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의 한글 표기가 제대로 되고 있을까.

누구나 와인 이름을 읽을 때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소믈리에인 필자도 영어 프랑스어가 아닌 스페인어 독일어 등은 능숙하지 않아 와인 이름을 읽을 때는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영어식 발음으로 읽어 버리곤 한다.

한글로 표기된 프랑스 와인을 보거나 프랑스 와인을 한글로 옮기면서 같은 와인인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와인은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

가령 Chateau Talbot는 '샤또 탈보' 또는 '샤또 딸보'로 불리고 Chateau Palmer는 '샤또 팔머'나 '샤또 빨머'로,Meursault는 '뫼르소''뫼르쏘' 심지어 '뫼ㅎ-쑈'라고 쓰여 있다.

Montrachet 역시 '몽라쉐''몽하쉐''몽트라쉐' 등으로 불리며 표기의 일반화를 이루지 못한 실정이다.

Sauvignon Blanc도 '쑈비뇽 블랑' 또는 '쇼비뇽 블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예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이처럼 알쏭달쏭한 표기에는 영어의 대중화가 큰 '공헌'을 했다.

영어권 사람들이 유럽 언어를 읽을 때 쓰는 발음으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R'은 'ㅎ'과 가까운 음가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영어에서 처럼 'ㄹ'로 적는 경우가 많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어어의 Chianti는 '끼안티' 또는 '끼안띠' 그리고 '키안티'로 돼 있고 Giovannis는 '조바니'나 '지오바니'로 그때그때 다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어떤 와인을 지칭하는 한국말은 하나면 족하지 않냐는 뜻이다.

영어식 발음으로 표시하든,와인 생산국 언어의 발음으로 표시하든 한 가지로 통일을 이뤄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나라별로 외국어 표기법이 있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 소비자가 보다 쉽게 와인 이름을 말하고 익숙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한글표기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같은 와인,같은 와인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표기가 중구난방으로 다양한 것은 와인 문화와 와인 시장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고민하고 시정해야 하는 숙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소믈리에 Corinne_Eo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