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피제'를 아십니까 … 세원 추적위해 경쟁사 병뚜껑 쓰도록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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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두산이 20도짜리 저도주 '처음처럼'을 출시한 다음 날 진로는 '참이슬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고,8월에는 19.8도짜리 '참이슬 플레쉬'로 또 한차례 응수했다.
두산이 올 3월 고급소주 '처음처럼 프리미엄'을 내놓자 진로는 한 달 만에 '일품진로'를 출시했다.
진로와 두산이 이처럼 경쟁사 제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배경에는 '상피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피제'란 소주를 담는 병 뚜껑은 자사가 아닌 경쟁사 제품을 쓰도록 의무화한 조치를 말한다.
주류 감독기관인 국세청이 1980년대 중반 동일한 회사가 병과 마개를 생산할 경우 무자료거래를 할 수 있다고 판단,정확한 세원(稅源)을 추적할 수 있도록 마개를 경쟁사 제품으로 사용토록 의무화한 것.이에 따라 진로는 자사 병에 두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화왕관의 뚜껑을,두산은 진로 대주주 하이트가 소유한 세왕금속의 뚜껑을 사용하고 있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은 도수와 출고가 등을 새긴 '납세 병마개'를 만드는 회사로 국세청 퇴직자모임인 세우회가 운영하고 있다.
당시 세우회는 삼화왕관이 독점하고 있던 납세 병마개 생산권을 세왕금속에도 허용하고 세왕금속 주식을 진로에,삼화왕관 지분은 두산에 각각 넘겨줬다.
이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진로와 두산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경쟁사에 정보를 알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신제품에 부착되는 병마개에 출고가와 도수 등을 적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왕금속과 삼화왕관 측은 대주주 회사와의 네트워크망에 방화벽을 설치해 고객사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속성상 대주주 회사에 경쟁사 정보가 흘러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두산과 진로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병마개 주문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소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피제가 양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서로 간에 경쟁을 부추기는 촉매제 구실도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두산이 올 3월 고급소주 '처음처럼 프리미엄'을 내놓자 진로는 한 달 만에 '일품진로'를 출시했다.
진로와 두산이 이처럼 경쟁사 제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배경에는 '상피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피제'란 소주를 담는 병 뚜껑은 자사가 아닌 경쟁사 제품을 쓰도록 의무화한 조치를 말한다.
주류 감독기관인 국세청이 1980년대 중반 동일한 회사가 병과 마개를 생산할 경우 무자료거래를 할 수 있다고 판단,정확한 세원(稅源)을 추적할 수 있도록 마개를 경쟁사 제품으로 사용토록 의무화한 것.이에 따라 진로는 자사 병에 두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화왕관의 뚜껑을,두산은 진로 대주주 하이트가 소유한 세왕금속의 뚜껑을 사용하고 있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은 도수와 출고가 등을 새긴 '납세 병마개'를 만드는 회사로 국세청 퇴직자모임인 세우회가 운영하고 있다.
당시 세우회는 삼화왕관이 독점하고 있던 납세 병마개 생산권을 세왕금속에도 허용하고 세왕금속 주식을 진로에,삼화왕관 지분은 두산에 각각 넘겨줬다.
이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진로와 두산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경쟁사에 정보를 알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신제품에 부착되는 병마개에 출고가와 도수 등을 적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왕금속과 삼화왕관 측은 대주주 회사와의 네트워크망에 방화벽을 설치해 고객사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속성상 대주주 회사에 경쟁사 정보가 흘러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두산과 진로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병마개 주문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소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피제가 양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서로 간에 경쟁을 부추기는 촉매제 구실도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