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백악관이 17일(현지시간) 합의한 '이민개혁법안'은 1200만명의 불법체류자 대부분을 구제하는 대신 가족초청이민과 취업이민제를 손질함으로써 앞으로는 미국에 필요한 사람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민개혁법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불법체류자 대부분을 구제키로 한 점.올 1월1일 이전,즉 작년 말까지 입국한 불법체류자에게 'Z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불법체류자들은 5000달러의 벌금을 낸 뒤 본국으로 일시 귀환해서 비자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획기적인 것으로 범죄 전과가 없을 경우 1200만명의 불법체류자 대부분이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Z비자를 8년간 보유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고 13년 보유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다만 1년6개월 동안 국경 경비를 우선 강화한 뒤 그후 Z비자를 발급토록 해 실제 영주권을 얻으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인 불법체류자 대부분도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200만여명 중 30만~40만여명이 불법체류자로 추산되고 있다.

이민법안은 또 불법체류 신분의 청소년들에게 영주권을 우선 부여하는 드림법안도 포함하고 있다.

16세가 되기 전에 입국해 5년 이상 경과한 청소년이 대상이다.

관광비자를 받아 조기 유학한 학생들 대부분도 구제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민제도의 골격이던 가족초청이민제도를 엄격히 한 것도 이민법의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시민권자가 가족을 초청할 경우 대부분 영주권이 발급됐다.

그러나 성년이 된 자녀와 형제자매의 경우 취업이민과 마찬가지로 전문 능력 점수에 따라 이민을 선별 허용키로 했다.

부모에 대해서도 무제한으로 영주권을 발급하는 대신 연간 4만명만 허용키로 했다.

취업이민도 까다로워진다.

지금은 고용주가 청원(보증)하는 경우 취업이민이 가능하다.

앞으론 교육 및 직업의 숙련도,영어 구사 능력 등을 점수로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이 될 경우에만 이민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비숙련직 노동자의 경우 특별 고려하고 취업이민 연간 쿼터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장하던 임시 노동자프로그램도 희망자에게 'Y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도입키로 했다.

임시 노동자들은 2년 동안 미국에서 일한 뒤 1년 동안 본국으로 귀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세 차례 반복할 수 있으며 그동안의 점수에 의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같은 이민법은 의회에서 초당적 합의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작년 이민법을 부결시켰던 하원의 경우 공화당의원 일부가 여전히 반발하고 있으나 양당의 주장을 상당히 절충한 만큼 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