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에 이어 통화당국까지 나서서 은행의 자금조달 행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8개 은행장들에게 "최근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의 상당부분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이동함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처럼 시장성 수신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16일 시중은행장들에게 은행채 대규모 발행과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쏠림 현상을 지적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CD나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는 대신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 중장기적으로 자금수급의 균형을 맞추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에 대출을 줄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CD나 회사채 대신 예금 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할 경우 그 비용 부담도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가된다"고 반박했다.

◆CD 발행 통한 자금조달 우려


이 총재가 "CD 등 시장성 수신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은행들이 최근 부족한 단기 유동자금을 CD 발행을 통해 조달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가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CD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66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76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 14일 잔액은 79조원을 기록,이달 들어 열흘 새(영업일수 기준) 2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CD금리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7개 은행의 발행물에 대해 12개 증권사가 제시한 수익률 중 상하 2개씩의 수익률을 뺀 나머지 8개의 수익률을 단순평균해 발표하고 있다.

CD 거래량이 하루 3000억원 수준으로 적기 때문에 한 은행이 단기자금이 필요해 금리를 높여 CD를 발행하면 전체 CD금리를 끌어올리고, 다시 CD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의 대규모 CD 발행이 시장금리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단기자금인 CD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에 나서면서 은행 자금의 수급불균형(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채 발행도 뜨거운 감자

급증하고 있는 은행채도 은행 자금조달 관행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채 발행잔액은 2005년 말 76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엔 108조3000억원으로 30조원 이상 급증했다.

이어 올 들어서도 10조원 이상 늘어 지난 4월 말 현재 11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저원가성 예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가운데 시중은행 간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이 부족한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예금보다 비싼 은행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행태는 수익구조는 물론 만기가 집중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감독당국 및 통화당국의 시각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줄일 경우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CD 발행을 늘리고 CD금리 상승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도 공방

이 총재는 중소기업대출로의 쏠림현상도 지적했다.

최근 중소기업대출이 실물경제 활동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은행장들은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위험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며 한은과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일부 은행장들은 중소기업대출 확대가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을 통해 투자 및 고용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은행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기업들의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재고조정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실물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