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지난 1월15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렸던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 만찬에 불참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전날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고,이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언론은 이 얘기를 그대로 기사화했다.

노 대통령은 귀국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한 가지 행동에 여러 억측이 따라다니고 있다"며 보도를 일축했다.

기자들이 '기자실에서 죽 치고 담합하고 있다'며 기자실 운영실태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날도 그 날이었다.

국가 원수의 위신을 고려하지 않는 보도에 역정을 냈다는 얘기도 참모들을 통해 전해졌다.

#사례 2.지난 1월 신년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의 상당 부분을 소화하지 못했다.

연설 원고는 이미 사전에 기자들에게 배포된 상태였고 실제 전달되지 못한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란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사전 배포한 원고로 가름한다"로 기자들에게 지침을 전달했다.

신문들은 배포된 연설문에 나와 있던 '민생파탄 책임없다'는 표현을 제목으로 뽑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언론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곤혹스러워하며 기자들에게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 3.지난 3월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바지 무렵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단 타결선언을 한 뒤 세부 조항에 대한 조문화 작업은 추후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의 흐름을 쫓던 기자들은 타결로 방향을 잡았고 상당수 신문들은 타결을 1면 제목으로 뽑았다.

하지만 결과는 협상 연장.대형 오보사태가 벌어졌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한국이 타결에 목을 매는 것처럼 잘못 브리핑을 해 협상팀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며 관련 정보를 차단했다.

이상은 가장 치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인다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모습이다.

매일 대통령과 대면할 기회를 갖고 누구보다 풍부한 정보루트를 갖고 있다는 조직조차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과 관리에 실패하고 사고를 친다.

정교하지 못한 시스템을 고칠 것인가,언론의 잘못된 해석을 탓하며 기자실을 폐쇄할 것인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