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각 부처 기자실을 없애고 세종로 중앙청사,과천 및 대전청사 등 3~5곳의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로 통폐합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봉쇄,정부 입맛에 맞는 기사만 공급하고 언론은 받아쓰는 역할에 그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 이런 식으로까지 언론을 통제(統制)했는지,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서 무얼 어쩌자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미국 제퍼슨 대통령의 말을 거론할 것도 없이,언론 본연의 기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정부를 감시하는 데 있다.

정부 정책이 반드시 언론의 검증을 받아야 할 이유다.

물론 정부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몇몇 기자가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하고 담합한다"며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정부 또한 부동산값 폭등 등 정책실패가 명백한 사안마다 언론을 탓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언론 기능이 무시되고,기자실 폐쇄 같은 조치가 급조되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정부에서 있을 법이나 한 건가.

기자실 폐쇄가 취재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언론의 역할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언론의 정부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과 국민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언론의 기능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커녕,어떤 존재 의미를 갖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언론에 대한 불만이 커도 정부 스스로 언론과의 접촉을 과도하게 기피하면 오히려 정보독점과 왜곡(歪曲)을 심화시킬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정부의 정보공개 체제가 기자실을 폐쇄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정보접근이 가능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민들은 그동안의 실정을 감추기 위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정부가 아니라,언론의 정당한 비판에 겸허히 귀기울이는 정부를 원한다.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의 뜻에 반해 멋대로 언론의 취재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기자실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