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자동차.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외면당했던 이들 두 대표 업종을 놓고 증권가에서 의견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충돌은 이미 오래된 얘기지만,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관련주들이 꿈틀대고 있다.

◆ D램가격 반등 기미?..실적 둔화는 불가피

22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가 나란히 반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날 제기된 반도체 업황과 양사의 실적 전망에 대한 의견도 천차 만별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높이면서 하반기 이후엔 IT주가 주도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유망 종목에 포함됐다.

이 증권사는 하이닉스가 하반기 D램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면서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 4만5000원을 제시했다.

이달 들어 D램 고정가격 하락폭이 완화되면서 조만간 가격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5월 하반기 D램 고정가격은 상반기 대비 6% 하락한 1.8~1.9달러 선이었다"면서 "4월 하반기 대비 낙폭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6월 가격이 한차례 소폭 하락한 후 일단 내림세는 멈출 것으로 판단.

이에 앞서 NH투자증권도 추가 하락을 업체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조만간 가격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2달러선에서 D램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도 무너졌던 만큼 일단은 가격 동향을 확인해봐야 할 일이다.

2분기 들어 D램 가격 하락폭이 우려했던 것보다 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장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050억원에 그치고, 하이닉스의 경우 18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증권은 하이닉스가 2분기 적자에 현금흐름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반응없는 주가 흐름에 지친 듯 잠시 매도 우위로 돌아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다시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들이고 있지만 하이닉스에 대해선 여전히 '팔자'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쌍용차는 좋다 but 현대차그룹은 글쎄...

현대차그룹주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들썩거리고 있다.

장기간 '저평가' 상태였단 점에서 가격 매력이 부각되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등이 가파른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고, 기아차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차가 투자심리 회복시 가장 먼저 수혜를 받아 7만원대 초중반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 온 삼성증권의 김학주 연구원은 최근 "내수 시장의 정상화와 디젤자동차 시장의 확대 등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자동차주에 대한 의견을 조정했다.

현대차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굿모닝신한증권은 "가격 경쟁력 약화와 같은 부정적인 영업환경으로 기아차가 시련을 겪고 있지만 이는 확장 전략의 후유증이란 점에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 확장에 따른 후유증이 운전자금 부담 확대와 수익성 악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의 우수한 재무여력과 그룹내 전략적 지위에 좀 더 점수를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윤영환 연구원은 "기아차가 없는 현대차그룹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회사내 전략적 지위가 새삼 돋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공장 부진과 지속적인 이익 감소로 현대차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메리츠증권 남경문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는 점 등에서 중국 시장의 '레드 오션'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장의 이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

전날 쌍용차를 적극 매수 추천했던 골드만삭스증권도 현대차그룹주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기엔 다소 일러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증권사는 현대차그룹주들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파업이 잦은 여름으로 가까워지면 시장의 관심도 시들해질 전망이고, 국내 경기 회복과 소비 증대가 보다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모멘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