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9단지 45평형에 거주하는 예비역 육군대령 이모씨(76)는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말에 결정,고시된 아파트 공시가격이 1년 전보다 54% 급등해 12억8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씨가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는 1000만원에 달한다.

매달 나오는 군인연금 200만원가량으로 생활하는 노부부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작년에는 부담액이 많지 않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의신청은 물론이고 목동 지역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종부세 행정소송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강남권과 목동 등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하향조정을 위한 집단행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종부세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주민이 크게 늘어서다.

실제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경우 공동주택 공시가가 전년에 비해 23.2∼28.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강남 3구에 있는 30평형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새롭게 종부세 대상에 포함돼 이제 막 강남에 입성한 30∼40대 젊은 부부들과 은퇴한 노년층이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집단행동 유형도 가지가지

오는 25일까지 관리사무소에서 이의신청서를 접수받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B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신청서에 적게 돼 있는 '신청이유'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신청서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제시한 신청이유 실례 가운데에는 "박봉에 집 한 채에서 투기도 모르고 근근이 살아왔다.

크게 높인 공시가로 세금 폭격하면 살기 어려우니 대폭 내려야 한다" "단기간에 이뤄진 극소수의 거래가격을 지역 전체 공시가격으로 결정한 것은 큰 문제가 있어 인정할 수 없으므로 대폭 내려 조정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물밑'에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입주자 대표 등이 주축이 돼 이미 '행동'에 나선 곳도 있다.

양천구 목동지역은 이 일대 아파트연합회를 중심으로 관련 플래카드를 걸고 경비실을 통해 신청서 작성 요령을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관형 목동아파트연합회장은 "작년까지 종부세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27평형과 35평형 상당수 가구들이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됐다"며 "작년 목동 소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이의신청을 통해 공시가격을 2억원 가까이 깎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 참가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단지 차원에서 이의신청 접수를 받고 있지 않은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 훼밀리아파트의 경우 주변 동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필요할 경우 즉각 행동에 나설 분위기다.

이곳 관리사무소 최인종 관리과장은 "아직까지 집단행동과 같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이의신청이나 소송 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조세저항으로 번지나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 같은 공시가격 이의신청 움직임이 앞으로 조세저항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일단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건교부 주거복지본부 부동산평가팀 관계자는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이의신청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고 있지만,한국감정원의 최종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섣불리 이의신청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며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의신청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이의신청 취합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감정원 정책지원팀 관계자는 "콜센터 등에 걸려오는 전화통화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이의신청 건수는 작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송종현/이호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