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에도 관심이 지대했던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두렵다.

"만약 세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정도밖에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벌들이 없어지면 수분(受粉)작용을 하지 못해 식물이 사라지고 이어 동물도 살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지적처럼 꿀벌은 꿀만 만들지 않는다.

사과 딸기 오이 등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가축사료인 알팔파도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는데,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육류생산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의 몫으로 남게 된다.

미국 의회의 한 보고서는 꿀벌이 미국경제에 기여하는 경제적인 가치를 연간 15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지만,이는 숫자상의 계산일 뿐이다.

꿀벌의 실종은 곧 생태계가 파괴되는 대재앙으로 직결돼 수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동안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꿀벌 재앙'이 현실화되지 않나 해서 지구촌이 술렁거리고 있다.

갑자기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북미와 유럽대륙,남미에서까지도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불과 5개월 새 24개 주에서 4분의 1의 벌이 실종됐는데,당장 세계 최대 아몬드 생산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 꿀벌 확보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상이변과 유전자 변형작물 탓이라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바이러스,곰팡이,기생충 등이 용의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휴대폰의 전자파가 꿀벌의 신경계통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관찰결과도 보고되고 있으나,아직 단정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슬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는 꿀벌이다.

벌은 꽃의 꿀을 따지만 그렇다고 꽃에 상처를 입히지도 않는다.

오히려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꿀벌같은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는 인간들이,오히려 꿀벌의 생존에 치명적인 결정타를 가하는 아이러니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