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행운을 누린 것은 전시 기획사만이 아니다.
이 행사에 투자한 30명의 강남지역 개인투자자들도 큰 돈을 벌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마이에셋자산운용이 론칭한 '사모 사이언스 특별자산 펀드'에 총 28억원을 투자,연율 37.68%라는 고수익을 올린 것이다.
요즘 들어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는 부자 클럽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일반 공모 펀드와는 달리 회원이 최대 30명을 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물론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공개설명회도 없다.
회원들 간 은밀하게 투자정보를 주고받으며,모임 때는 전문가를 초청해 그들만의 투자설명회를 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적 투자 모임은 주로 매월 거액을 불입하는 계(契)의 형태로 운영되며,동문회나 친목단체까지 합치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모펀드는 30개가 훨씬 넘는다는 게 강남 프라이빗뱅킹(PB)센터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특히 큰손들 모임의 경우 투자 여력이 50억원에서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연근 대한투자증권 도곡지점장은 "개인들이 조성한 사모펀드는 위탁 자금에서 20%의 손실이 발생하면 자동 해체되며,원금의 두 배에 달할 경우 원금만 인출해 각자의 지분에 따라 분배하고 나머지 수익금을 재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 PB센터 팀장은 "요즘에는 곗돈을 탈 때마다 먹고 마시는 풍토는 거의 사라졌다"며 "매달 미팅을 갖고 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과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때론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단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곗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사례도 많다.
압구정동에 사는 소위 '아줌마' 계모임의 일원이던 L씨(여·56)는 "12명이 4년 전 매달 500만원을 불입,3개월 만에 계원 공동 명의의 구반포 아파트를 매입해 100%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며 "지금도 그때 구입한 아파트를 남에게 임대하지 않고 계원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해 회원들이 아주 만족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적 투자 모임은 전직 금융인을 축으로 직접 투자를 하거나 각 금융회사의 PB센터나 자산운용사를 통해 위탁 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며,최근 들어 주가가 강세 기조를 지속하자 투자 대상이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양상도 뚜렷하다.
부동산 규제로 유동자금이 넘쳐나자 사적 모임이 소규모 헤지펀드의 성격을 띠는 등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고연근 지점장은 "헤지펀드 성격의 사적 모임은 대개 10명 내외의 자금력 있는 분들이 중심이 돼 정기 모임을 통해 투자 방향을 정하고,좋은 투자처가 나타나면 간사를 중심으로 회의를 소집해 투자 판단을 내린다"며 "M&A(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지분 투자,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해외 투자 등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언제 어디든 투자할 여력을 확보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곗돈과 같은 특별자산을 활용한 사모펀드 운영에 주목해온 이재문 메리츠증권 강남클럽 전무는 "부동산 또는 자산운용사 등을 통한 이색펀드에 투자할 때는 일정 이상의 자금이 요구되는 만큼 강남 부호들의 계나 사적 투자모임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런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제안서를 만들어 계모임이 열리는 음식점 등에 찾아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부자클럽이 직접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이유는 개인의 경우 웬만한 자금을 갖지 않으면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데다 설령 투자회사에 맡겨 놓더라도 수수료만 떼일 뿐 수익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박춘호 홍콩 심플렉스 한국 대표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발언대로 헤지펀드가 허용될 경우 계와 같은 사적 모임이 그대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텍사스에서 출발한 론스타펀드와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도 출발은 그와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