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기자의 처지가 곤혹스럽게 됐다.

참여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결정의 발단이 됐지만 청와대 기자실은 예전처럼 존속하게 됐으니 입장이 궁색하게 된 것이다.

동료기자들로부터 관급(官級) 기자로 오해받기 딱 좋게 된 것이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주 광주 무등산 등반에는 노사모 등 지지자를 포함해 300명이 넘는 사람이 동행했지만 공식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대변인실을 통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전해받았을 뿐이다.

개인적이고 비공식 일정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청와대 기자단은 노 대통령의 지난주 광주 방문 사실은 물론 현지에서 1박을 한다는 내용까지 사전에 전해 들었다.

하지만 보도할 수 없었다.

이른바 엠바고(보도 유예)다.

그렇다고 담합은 아니다.

대통령의 신변에 관한 보도는 행사가 종료되고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보도해선 안 된다는 청와대의 보도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쯤 되면 기자들도 헷갈린다.

이러한 '친절한' 정보 제공이 개방형 브리핑제의 완벽한 구현인가,아니면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인가,그것도 아니면 청와대 기자실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로서만 존재하는가.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청와대 기자실은 왜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수시로 브리핑이 이뤄지고 있고,개방형 브리핑제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 출입처이고 청와대 비서실은 개별 취재가 불가능한 곳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노 대통령은 정부 부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 "국가의 제도와 관행을 정상화,합리화하고 세계적인 보편적 관행과 일치시켜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는 다소 다른 것 같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임기 말에 득될 것도 없는데 굳이 없앨 필요까지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에서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청와대도,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이번 기자실 통폐합의 발단이 무엇인지 헷갈려 하는 것이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