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기자실 통·폐합 방안은 언론통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방화가 대세인 시대에 정부 부처와 정책형성 과정에 대한 취재활동을 사실상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핵심은 취재 제한

이번 방안의 골자는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37개의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통합해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과천청사,대전청사 3곳을 중심으로 통·폐합하고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전자브리핑은 브리핑 내용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온라인으로 중계,기자들이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취재가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질의응답 역시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그만큼 기자들의 부처 방문이나 공무원 대면 접촉 등 취재 접근을 대폭 제한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한다.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가공하고 담합하는 구조가 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국정홍보처가 부랴부랴 준비했다는 지적이다.

중앙청사의 한 부처 공보관계자는 "지난 3월 중순 국장급 홍보관리관 워크숍에서 2시간 정도 의견을 청취한 게 전부"라며 "이후 공식적으로 우리 부처의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조차 없었다.

시민사회 학계 언론계 등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즉각 철회해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실시한 개방형 브리핑 제도도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관언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취재시스템 선진화 방향 자체는 옳지만 정부와 국민의 의사소통 방식으로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는 정부와 언론 간 합의나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국정 정보에 대한 언론의 접근 기회를 최대한 차단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자 하는 반민주적 취재봉쇄 조치"라고 비난하며 통·폐합 추진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단국대 손태규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더 나아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헌법소원을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언론탄압은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정부와 언론이 건전한 긴장관계를 갖도록 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대선주자들에게도 충분히 설명해 드리면 굉장히 선진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참여정부는) 되돌릴 수 있는 허무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