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참여정부 복지사업의 맹점을 설명하던 김수한 서울시 강서구청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이런 얘기를 했다.

"기초생계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전부 극빈층으로 보면 곤란합니다. 일을 하면서도 소득을 숨기거나,근로능력이 있는 데도 일을 안 하는 경우가 수두룩 합니다. 한마디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죠. 엄격히 소득파악을 한다면 적게는 5~10%가,많게는 20~30%가 수급자격을 박탈당하게 될 겁니다."

강서구청의 올해 기초생계급여 예산은 485억원인데 소득파악만 제대로 한다면 이 중 100억~130억원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저소득층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초생계급여를 주고 있다는 얘깁니다."

김 국장은 현장에 나가보면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는 아침에 버젓이 출근도 하고,심지어는 해외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자 20~30%는 무자격자?

보육료와 기초생계급여 예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새나가는 혈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소득파악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지원 대상과 액수를 늘려서는 중앙 정부나,지자체나 재정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순근 광주시 광산구 기획관리팀장은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을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사업을 벌여 현장에서도 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며 "20~30%까지는 모르겠지만 상당수 허수가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도 시급

지방재정 담당자들은 재정의 유지 가능성도 염려하고 있다. 임승순 광주시 광산구청 예산 담당은 "중앙정부가 광역 자치구들의 복지 부담을 줄여 주겠다지만 그만큼을 누군가는 대신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며 "복지사업 수급대상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2005년부터 기초생계급여 수급 조건을 완화하기 시작해 2003년 137만4000명에 불과하던 수급자를 4년 만에 167만4000명(예산상 추정치)으로 22%나 늘려놨다. 그 사이 중앙정부 예산만 1조5500억원에서 2조6500억원으로 71% 급증했다. 기초생계급여사업은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120만6000원) 이하인 계층에 중앙정부(80%)와 광역시도(10%) 자치구(10%)가 생계비를 보태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자치구들은 그 사이 만성적인 적자상태로 전락했다.


◆지자체들은 추경에 골머리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매년 하반기에 모자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주시 북구청의 경우 다음 달 약 1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짜야 한다. 손옥수 북구청 예산계장은 "재산세 과태료 등을 모두 긁어도 100억원 가운데 10억원도 모으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역민 47만명 가운데 5%가 극빈층인 이 지자체는 올해 기초생계급여로 453억원을 쓸 예정인데 이 항목 하나가 △사회복지비의 36.8% △전체 예산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여기에다 저소득층에 나가는 보육료 지원예산(301억원)까지 합하면 전체 예산의 34%를 차지해 다른 투자사업은 아예 생각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

서울시 강서구청은 광주 북구청에 비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생계급여와 보육예산을 합한 비중(29%)이나 그간 증가세가 북구청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날이 걱정이다. 구자찬 주민생활지원과 총괄기획팀장은 "서울 지역 집값들이 오르자 이 지역으로 이사 오는 저소득 계층이 늘고 있다"며 "지자체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 지역 기초생계수급자는 1992년 2219명에서 지난해 말 1만9608명으로 9배 늘었다.

한편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낸 사회보장 관련 국고보조사업 예산 11조5000억원 중 77%가 보육료(1조8000억원)와 기초생활보장(7조원)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