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은 이달 초 아베 신조 총리의 중동 5개국 순방에 맞춰 사상 최대 규모인 180명의 경제사절단을 파견했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중동 지역을 방문해 자원 외교에 나선 아베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단장은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렌 회장(캐논 회장)이 맡았다. 그는 현지 기업인들과 투자 확대 문제 등을 논의하고 언론과 회견하는 등 분주하게 활동했다.

일본이 이들 국가와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착수키로 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을 들었다.

그가 취임한 지 23일로 1년. '정치와 경제는 차의 두 바퀴'라는 신조에 따라 재계가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선 힘을 합치는 데 주력했다. 재계단체의 대표로서 아베 총리의 구조 개혁과 경제 성장 노선을 적극 후원,일본 경제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취임 후 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을 만드는 경제재정자문회(회장 아베 총리) 민간 멤버로도 참여해 정부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에는 10년간 일본이 가야 할 청사진을 담은 '미타라이 비전'을 발표했다.

미타라이 비전에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법인세 인하 등을 포함한 세제 개혁 △FTA보다 범위가 큰 경제연대협정(EPA) 체결 확대 △도주제(47개 광역 자치단체를 보다 광범위한 행정 단위로 바꾸는 것) 도입 등이 담겨 있다.

다만 세제 개혁,노동법 개정 등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여론의 지적도 있어 법제화까진 난관이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일반인의 표를 의식해 재계 주장을 멀리할 가능성이 높고,재계도 '정치 바람'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과 거리를 둘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경기가 살아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 의식이 떨어져 임금 억제와 노동 유연성 등을 요구하는 게이단렌의 주장이 근로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년차를 맞은 미타라이 회장이 정치의 계절을 맞아 재계의 주장을 어떻게 정부 정책에 매끄럽게 반영시킬지 주목된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