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제2차 전략회의'가 23일 워싱턴에서 이틀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양국은 연내 제3차 전략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폐막 성명을 통해 "양국이 금융 서비스와 에너지,환경,항공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추진할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폴슨 장관은 이어 "우리가 더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가 있었다"면서 "이런 결과는 양국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전략적 목표의 이정표 같은 것으로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고 계속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폴슨 장관과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는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첫날에 이어 위안화 평가 절상 문제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환율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진전이나 구체적인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측은 이번 각료급 고위 회동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유해 펫 푸드(애완 동물용 사료) 때문에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미국이 이날 '광우병 통제 가능국'으로 판정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조속히 확대해 줄 것을 중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국 측 수석 대표인 폴슨 장관은 전략회의 개막 연설에서 대중 무역적자 확대로 인해 미국 내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백악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강조,중국 측이 환율 개선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도록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 수석 대표인 우이 부총리는 통상 마찰을 '정치화'하지 말도록 경고하면서 "미국 내 문제를 빌미로 상대국을 쉽게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무역적자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데 대한 중국 측 불만을 거듭 표명했다.

두 나라 대표단은 이번 전략 회의 기간 중 표면적으론 거칠게 맞섰지만 내부적으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은 '이번에 성과가 없을 경우 대중 무역보복입법을 강행할 것'이라는 의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중국 측을 설득했다.

중국 측도 대화에 앞서 위안화의 하루 변동폭을 0.5%로 확대하고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하는 성의를 보인 데 이어 대표단과 동행한 구매사절단이 20억달러의 구매계약을 맺는 등 나름대로 진전된 자세를 보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 등에 대해 중국의 결단을 강도 높게 촉구했으나 중국은 '시장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우이 부총리 등은 24일 부시 대통령을 면담하고 의회관계자들을 만나 의회의 불만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