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파수꾼'이라는 정보보호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코스닥에 등록된 정보보호 기업들은 지난 1분기에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안철수연구소 윈스테크넷 인젠을 제외하곤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합치든지 다른 분야로 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암호화 모듈(PKI) 업체인 소프트포럼과 이니텍은 1분기에 각각 120억원과 2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적자전환했다.

이니텍은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소프트포럼은 89억원의 매출을 올린 LCD 부문을 포함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기업 인수,사업 다각화에 따른 부담이 컸다고 하지만 성장세가 둔화된 게 원인이었다.

침입방지시스템(IPS)·통합관제 업체인 어울림정보기술은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36억원의 매출에 영업손실이 10억원이나 됐다.

이 회사는 2005년 흑자전환했다가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나노 의료장비 업체를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한 나노엔텍(옛 퓨쳐시스템)도 마찬가지.21억원의 매출에 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윈스테크넷은 적자는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5500만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5%가량 줄었다.

인젠도 영업이익이 63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0% 줄었다.

1분기에 장사를 잘 했다고 할 만한 정보보호 기업은 선두주자인 안철수연구소뿐이다.

안연구소는 117억원의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보보호 기업들이 적자에 빠지면서 '인수·합병(M&A)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M&A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고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유니포인트(옛 시큐어소프트) 네트워크보안사업부를 인수해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한 안연구소가 대표적이다.

이니텍은 뱅크타운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해 덩치를 키우는 기업도 있다.

소프트포럼 윈스테크넷 나노엔텍 등이다.

윈스테크넷은 최근 인터넷 개인방송국 '아프리카'로 유명한 나우콤의 지분 48.81%를 인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보보호 기업을 인수하려고 2년간 물색했지만 쉽지 않아 다른 분야로 손을 뻐쳤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보호 시장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보호 제품 및 서비스 시장 규모는 7300억여원.이는 160여개 정보보호 기업의 매출을 더한 수치다.

남양유업 하나의 매출(8190억원) 보다 작다.

더구나 영세기업을 더하면 300개로 늘어난다.

업체당 평균 매출이 30억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정보보호 업계는 전문 인력이 분산돼 있어 기술과 자본 축적이 어렵고 업체 간 불신이 심하다"며 "이 업계가 살려면 경쟁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합쳐서 하루 빨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