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려는 국가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월지는 지난 20일 '달러와의 결별'을 선언한 쿠웨이트에 이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중동 국가들도 달러 페그제 폐지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달러 페그제는 자국 화폐의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시키는 환율 제도다.

이들 중동 국가들이 달러 페그제 폐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물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엄청난 양의 달러가 밀려들어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돌아다니는 통화량이 급증,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3.7%였던 쿠웨이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3월 들어 5.5%로 뛰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물가상승률이 10%를 웃돌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를 억제하려면 금리를 올리거나 화폐 가치를 적절한 수준까지 높여야 하는데 이 두 가지 해결책 모두 달러 페그제에 부딪혀 활용하기가 곤란하다.

환율이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국 화폐의 강세 전환은 달러 페그제로 인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중동 국가들은 조만간 쿠웨이트처럼 달러 페그제를 통화 바스켓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걸프 지역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로 엔 등 달러 이외의 통화를 섞어서 달러의 영향력을 희석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걸프협력협의회(GCC)의 단일 화폐 구상은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