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중소기업대출까지 일일 실태 점검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감독 강화에 나서기로 하자 은행들이 신용대출 영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감독당국의 각종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막히자 중기대출로 물꼬를 텄던 은행이 이제는 신용대출 쪽에 영업력을 집중할 태세다.

어느 한쪽의 대출을 옥죄면 다른 쪽 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커 영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들의 한결 같은 고민이다.



◆중기대출 막히면 신용대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맞물린 대출규제로 올 들어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한 달 동안 5조6000억원 늘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순증 규모가 4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중기대출은 7조9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중기대출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지시대로 중기대출 동향을 매일 보고해야 한다면 중기대출도 위축될 게 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좋은 대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장사할 수 있는 곳'은 신용대출 시장뿐이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도 힘들고 중기대출도 어려운 만큼 일단 전문직 등 우량고객 중심으로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은 지난 2월 이후 매월 7000억~1조3000억원씩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각종 금리 우대혜택 등을 부여한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용이 어려워진 고객들의 대출수요를 신용대출로 흡수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용대출이라도 본인의 연소득뿐 아니라 아파트 소유 여부,공과금 이체, 예금거래 실적 등을 고려해 한도를 늘리거나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

주부나 자영업자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진 셈이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선보인 '로열클럽 신용대출'은 연소득의 100%에다 아파트 소유 여부 또는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1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농협은 맞벌이 부부의 소득을 합산해 최고 1억2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행복가득 맞벌이론'을 내놓았다.


◆은행들 "장사하지 말라고?"

은행들은 감독당국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대출자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매년 인상되는 인건비와 물건비를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에다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 이상은 자산(대출)이 늘어야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전방위로 대출을 규제하면 은행한테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의 지나친 간섭이 자칫 시장논리를 거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유동성 문제에 민감한 것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부동산값이 또 한번 오를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시중의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출이 잘되는 데다 정부가 이곳저곳 개발하면서 막대한 토지보상금을 풀어 놓은 탓이 큰데 만만한 은행에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