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최상급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과 130만평의 게르마늄 개펄이 있는 곳,송·원대 해저유물 2만3000여점이 발굴된 '보물섬'.전남 신안군의 섬 증도다.

이곳에는 불교 사찰과 성당이 없다.

반면 교회는 11개나 된다.

2200여명의 주민 가운데 90% 이상이 개신교 신자다.

예배를 봐야하는 주말에는 증도에서 밥 사먹을 식당 찾기가 어렵다.

화투판이나 투전판도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대신 잔디가 깔리고 야간조명까지 갖춘 축구장과 게이트볼 경기장이 주민들의 놀이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증도의 어머니'로 불리는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1950년 작고)가 뿌린 복음의 씨앗들이 열매를 맺은 결과다.

1891년 신안군 암태도에서 태어난 문준경은 열일곱에 증도로 시집갔으나 첫날밤 소박을 맞고 20년 가까이 모진 시집살이를 했다.

목포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던 그녀는 우연히 집에 찾아온 전도부인에게 '복음'을 듣고 예수를 믿게 됐다.

부흥사로 이름이 높았던 이성봉 목사를 만나 경성성서학원에 입학한 문준경은 방학마다 고향에 내려와 신안 일대 섬들을 돌며 전도를 했다.

훗날 48명의 순교자가 나온 임자도 진리교회는 그녀가 개척한 첫번째 교회였다.

증도의 증동리교회와 대초리교회도 그녀가 세웠다.

문준경은 나룻배를 타고 수많은 섬들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했고 의사,간호사,산파,유모,우편배달부 역할 등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했다.

1년 동안 고무신 아홉 켤레를 닳아 없애며 사도 바울처럼 전도여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6·25전쟁과 함께 신안 섬마을에도 공산군이 들이닥치자 문준경은 끝까지 교인들을 지키려다 증동리 앞바다에서 순교당했다.

이 같은 문준경의 삶과 헌신적 사랑을 부천 예수비전교회 임병진 목사(예수아카데미 대표)와 출판인 유승준씨가 '천국의 섬'(가나북스)이라는 책에 담아냈다.

직접 증도 일대를 답사해 문준경에 관한 자료와 증언을 수집하고 취재한 저자들의 노고가 선배 신앙인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저자들은 "문준경 전도사는 남도의 작은 섬 증도를 '천국의 섬'으로 바꿔놓은 혁명가였다"고 평가했다.

문준경과 증도에 관한 영상기록물(감독 김우현) 포함 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