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가 이달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한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20년째 이어져온 것은 놀부가 유일하다.

1987년 김순진 회장이 서울 신림동에 연 5평짜리 보쌈집 '놀부'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이 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는 '놀부보쌈과 돌솥밥''놀부 부대찌개''놀부 항아리갈비''놀부 유황오리''놀부명가' 등 5개.하나같이 한식이란 게 공통점이다.

지난달에는 자체 사옥도 마련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지하 2층~지상 8층짜리 건물을 매입,리뉴얼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에는 충북 음성에 제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곤지암에는 전국 620개 가맹점으로 식자재를 배달하는 물류센터를 마련,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놀부 항아리갈비' 브랜드를 일본으로 수출,한식의 세계화에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기업을 향한 발걸음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놀부의 성장 동력

최근 3~4년간 창업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놀부는 줄기차게 성장 페달을 밟고 있다.

2004년 549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80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말에는 1000억원으로 늘어나 3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맹점 수도 2004년 399개점에서 올해 말에는 700개로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2004년 선보인 놀부 항아리갈비는 점포임대를 포함한 총 투자비가 2억원 이상 드는 중대형 음식점인데도 불구,가맹점이 130개로 급팽창했다.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의 빅 히트작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성장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탄탄한 인프라와 고객 신뢰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프랜차이즈 사업 초기인 1991년부터 식자재 가공 공장을 갖출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인프라 구축은 뒷전이고 가맹점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상당수 프랜차이즈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고객 신뢰에 쏟아붓는 노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

유민종 이사는 "지난 10년간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도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의 신뢰를 얻기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품질에 쏟는 정성도 각별하다.

2002년에 ISO9001 인증에 이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따른 식품안전성을 인증받았다.

지난해 발족한 '놀부 식품위생감시단'은 품질경영의 상징으로 꼽힌다.

10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감시원들은 분기별로 가맹점을 순회하며 시설과 위생,원재료 관리 등을 점검한다.

이 같은 깐깐한 품질관리 덕분에 한국소비자포럼이 최근 주관한 신뢰기업대상 4년 연속 수상과 함께 전체 외식기업 중 신뢰지수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 중


놀부는 현재 새로운 CI(기업 이미지 통합)를 준비하고 있다.

한식 사업을 주력으로 하되 해외시장에서도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CI를 만들기 위해서다.

놀부의 궁극적인 꿈은 한식의 세계화다.

첫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말레이시아,미국 LA 등지에 점포를 냈다가 현지인에게 가맹사업권을 넘기고 손을 뗐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 일본 외식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놀부 항아리갈비 브랜드를 일본 삿포로에 상륙시켰다.

한식으로 해외에서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첫 사례로 기록된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8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이은철 홍보부장은 "일본 전 지역에 연말까지 20여개 가맹점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로열티로 10억원 이상의 수입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지난해 상반기에 '놀부찬음유한공사'를 설립,10월 베이징 옌사 지역에 130평짜리 놀부항아리갈비 직영점을 열었다.

옌사점은 국내에서 운영 중인 항아리갈비 매장과 달리 한식과 칵테일 바가 결합된 퓨전 레스토랑 형태로 돼 있다.

◆열정과 감성의 기업문화


지난해 12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2층 대연회장에서는 놀부의 송년행사가 열렸다.

400여명의 전 임직원이 가면을 쓰거나 분장을 진하게 하고 팀별로 장기자랑을 하는 카니발 축제였다.

김 회장은 영국 백작부인으로 변신했고,유 이사는 짙은 화장을 한 멕시칸 여자로 나타났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순금 상무는 일본 여인으로 모습을 바꿨다.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행사 직전까지 김 회장이 비밀로 부쳤기 때문.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김 회장은 샹송 '눈이 내리네'를 열창하고 유 이사는 멕시칸 댄스를 선보였다.

행사장이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날 임원들의 '망가진 모습'은 김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던 임원들이 제 설득에 할 수 없이 따랐다"며 "임원들이 먼저 무너져주니 사원들과 금방 한 덩어리가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권위주의는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열정과 감성을 이끌어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임직원 평균 연령이 32세 안팎이다.

50대는 오너를 포함한 단 4명으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젊은 회사란 얘기다.

여기에 10여년 전부터 지식경영을 도입,열정과 감성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이른 아침에 유명 강사들을 본사로 초청,임직원들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강연회를 수시로 갖는가 하면 매달 독서토론회를 열어 프랜차이즈 업계에 지식경영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