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 싼 방과후 학교에 밀려서‥강동.송파 등 문닫는 학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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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학교가 많은 자치구일수록 학원들의 페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은 피아노 학원,미술 학원 등 예체능 계열의 학원들을 중심으로 문닫은 곳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의 각 지역 교육청에 행정정보 공개를 요청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방과후 학교가 잘되는 자치구일수록 학원 폐업률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서울지역 우수 방과후 학교 분포를 보면 강동 교육청 학군(강동구 송파구)에 우수 학교가 가장 많다. 잠동초,천동초,강일중,가락고,방산고 등 5곳이 우수학교로 지정돼 있다. 강동 교육청 학군의 지난해 학원 폐업률은 11.2%였지만 올해 들어 16%로 4%포인트 증가했다. 등촌중,강신중,공항고,신서고 등 4곳 우수 방과후 학교를 보유하고 있는 강서 교육청 학군(강서구 양천구)도 올해 학원 폐업률이 지난해(11.9%)보다 7%포인트나 높아진 18.15%에 달했다.
반면 우수 방과후 학교가 한 곳도 없는 중부(중구 종로구 용산구),성북(강북구 성북구) 교육청 관할 학군은 지난해와 올해 4월까지 폐업률이 각각 5.3%,5.2% 그리고 7.4%,7.5%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방과후 학교로 인해 학교 인근의 학원들이 폐업 위기에 몰린 대표적인 예로 송파구 장미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잠동초등학교를 들 수 있다.
이 학교는 피아노,미술,발레부터 시작해 축구,골프까지 모두 24개의 특성화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0년 전부터 잠동초등학교 바로 옆 상가에서 바이올린 학원을 운영해 온 A학원의 진모 원장은 "학생이 워낙 없어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며 "바이올린 교사나 예중·예고 입학생을 위한 전문적인 교습으로 학원의 성격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에 대한 관심이 초등학교에 비해 시들하다고 알려진 고등학교 중에도 성공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항고등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사설 입시학원들의 강의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근 학원들의 학원생 감소세가 증거다.
공항고 인근의 단과전문 A학원은 2005년까지만 해도 한해 800~900명에 이르는 공항고 학생들을 고객으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5월 현재 400명 선까지 공항고 출신 수강생이 줄어들었다.
공항고 박조현 교감은 "학부모회가 올해 초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원과 방과후 학교를 병행하던 학모부의 70% 이상이 방과후 학교만 듣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상·중·하로 난이도를 나눠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게 한 후부터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학원업계에서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김용현 한국학원연합회 사무총장은 "교장이 적극적으로 방과후 학교 제도를 운영하는 학교 주변의 학원들은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 용어풀이 ]
○방과후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비는 교실을 활용,외부 강사들이 학원식 수업을 벌이는 제도.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강사료 인건비 이외의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정부의 재정보조도 받기 때문에 수업료가 일반 학원의 3분의 1 이하로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