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제2차 경제전략회의'가 위안화 절상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 큰 현안에 대한 진전 없이 막을 내렸다.

미국으로선 금융서비스 시장 및 항공시장 개방 확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지만 위안화 절상 등 무역 역조 시정 방안에 대한 중국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회의 결과에 실망한 미 의회가 대중 무역보복 법안을 강행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2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미·중 경제전략회의는 점수로 우열을 매기기 어렵다. 다만 중국은 금융서비스 시장 및 항공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성의를 표시하는 선에서 미국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는 평이다.

오히려 위안화 절상에 대한 자신들의 원칙을 지켜내며 "보복 법안을 만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경제 문제를 정치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천명해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물론 미국으로서는 마냥 손해 본 것만은 아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말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당장 금융서비스 시장의 문을 좀 더 열었다.

올 하반기부터 외국 증권사의 신규 영업을 허가토록 중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중국 증시 참여폭도 확대했다.

외국 은행들이 위안화로 표시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소비 시장을 확대하는 발판도 마련했다.

비록 외국 은행의 지분율(25%)을 상향 조정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의 항공 시장을 여는 데도 성공했다.

두 나라는 올해부터 양국 간 직항 여객기를 단계적으로 늘려 현재 하루 10편인 민항기 수를 2012년까지 하루 23편으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항공 화물에 대해선 물량 및 횟수 제한을 철폐키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청정 에너지기술 개발에 서로 협력하기로 했으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미국 여행 촉진을 위한 의향서에도 서명했다.

그렇지만 가장 큰 현안인 위안화 절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미 의원들은 이에 따라 의회에 계류 중인 대중 보복 법안을 입법화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나타냈다.

찰스 랑겔 하원 세입위원장(민주)은 우이 중국 부총리 등 대표단과 면담을 가진 뒤 "상무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상계 관세를 물리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기한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 등은 중국산 제품에 27.5%의 관세를 물리는 법안 등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우이 부총리는 "위협이나 제재보다는 협상과 대화를 필요로 한다"며 미 의회의 압박 수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강조,양국 통상 관계의 긴장감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베이징=조주현·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