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여야와 진보 보수를 떠나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과 국정홍보처만이 꿋꿋하게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각 부처 기자실 폐쇄로 공무원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이 제한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알리고 싶은 내용만 브리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언론 종사자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정부 감시기능이 위축되고 국민들의 알 권리가 제약되리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지만 정부는 "정보공개제도가 있으므로 언론사 취재는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알 권리 보장의 금과옥조처럼 내세우고 있는 정보공개 제도의 실상은 어떤가.

이 제도를 둘러싼 소송 추이를 보면 정부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

대법원에 따르면 정부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 건수는 2002년 36건(1심 기준)에서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에는 99건에 이르렀다.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73건에 달해 이런 추세라면 상반기 중 지난해 전체 건수와 맞먹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공개 행정소송은 행정자치부에 낸 정보공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의신청마저 기각될 경우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내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승소한 사례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 내역이나 특별사면 사유 등 정부 입장에서 민감한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정보공개 소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1988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의 판공비 내역 정보공개에 대한 소송은 4년여의 시간을 끌다 임기가 끝나고 나서야 대법원에서 공개 판결을 받았다.

조세포탈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 대해 특별사면을 건의한 문서를 공개해달라며 낸 소송은 7년여를 끌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직계존비속의 재산고지 거부와 관련해 2002년에 낸 정보공개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지만 설사 공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정보공개제도가 있으니 기자실은 없어도 된다'는 국정홍보처의 논리는 궁색하게만 느껴진다.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