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빗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창밖을 내다본다. 시원한 빗줄기가 땅을 적시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촉촉히 젖어든다.

비는 사람을 모이게 한다. 우산 속에서, 처마 밑에서 우리들은 특별한 약속 없이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맑은 날이라면 귀찮고 짜증날 법도 하지만 아무런 불평없이 부딪치는 타인을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하늘로 올라갔던 물방울이 대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그 순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젠 비내리는 장면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비옥한 지역의 땅이 가뭄에 갈라지거나 멀쩡한 마을이 폭우로 떠내려 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비오는 청계천을 언제나 한가로이 거닐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