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설로 주가 요동' "많은 분 피해 안 봤으면"
25일 도쿄돔서 한국 가수 최초로 공연


"제 팬들이 나이가 든 후 어느 날 비가 내릴 때 '비라는 멋진 가수가 있었지…"라고 회상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선배들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 일들이 필름처럼 스치거든요."

연기자 겸 가수 비(본명 정지훈ㆍ25)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었다.

그러나 단지 이렇게만 기억하기에 비는 세계 바다를 누비며 월척을 연이어 낚고 있다.

비가 25일 오후 7시 한국인 가수 최초로 도쿄돔 공연을 앞두고 24일 오후 일본 도쿄돔호텔에서 국내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는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소문과 화제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열었다.

JYP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11일 만료된 그는 자신의 거취 및 행보, 워쇼스키 형제의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 출연, 한국인 가수 최초 도쿄돔 공연 등과 관련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비가 도쿄돔에서 펼칠 '레인스 월드투어 2006~2007-레인스 커밍(Rain'e Coming)'의 티켓 가격은 1만2천 엔(한화 약 9만2천 원)으로, 공연주관사인 스타엠에 따르면 23일까지 3만8천 석이 팔렸으며 초청 티켓까지 포함하면 4만3천 석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비와의 일문일답.

--4만 석 이상 되는 도쿄돔에서 공연하는 소감은.

▲중국 베이징에서 4만 관중을 두고 공연을 해봤다.

하지만 일본 프로덕션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먼저 제의했을 때 두려웠다.

도쿄돔에서 공연할 수 있는 일본 가수도 몇 안된다고 들었다.

어떤 가수는 객석을 반도 못 채웠다고 한다.

부담되지만 지금 (티켓 예매 등) 여러 현황을 봤을 때 좋은 스코어다.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항상 음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여러 콘서트도 다녀보고 DVD도 봤는데 음향이 안 좋으면 느낌이 잘 안 온다.

늘 무대 앞ㆍ뒤ㆍ옆에서 음향 체크를 가장 먼저 한다.

그 다음 비주얼, 특수효과를 체크한다.

--이번 공연에서 '이것이 비'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있나.

▲눈웃음이 필살기다.

농담이다(웃음). 연습은 실전처럼, 공연은 연습처럼 여유를 갖고 하는 게 무기다.

미국과 일본 음악 관계자들도 참석하는데, 한국적인 미학과 미국적인 스타일을 반반씩 섞어 보여준다.

--월드투어 시작 이후 가장 성장한 부분은,


▲무대 위 내 모습이 보강됐고 라이브쇼가 어떤 것인지 노하우를 깨달았다.

미국 시장 진출 전 투어를 시작하는 것은 팬들과의 약속이자 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월드투어를 하며 잘 풀린 일도, 어려운 일도 있었다.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

--호주 시드니 공연은 다소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들었다.

▲규모가 큰 투어인 만큼 어디선가 시행착오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시드니 공연은 우리 스태프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제3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안돼 마음이 아팠다.

--'스피드 레이서' 출연 배경과 소감은.

▲내게 꿈같은 일이다.

이달 말 유럽(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수전 서랜든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기자회견에 나선다.

사실 제작진은 굉장히 비밀이 많다.

배우에게도 안 알려준다.

'오늘은 여기까지 알려주겠다, 다음엔 어디까지 알려주겠다'고 하더라. 워쇼스키 형제를 한번 만났는데 꿈같은 시간이었다.

이들이 만든 '매트릭스'를 동경했고 좋아했다.

--단 한편의 영화('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찍었는데 어떤 점이 당신의 할리우드 진출을 가능케 했다고 보나.

▲처음 영화를 찍은 건 영화계에서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운 좋게도 첫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 영화 출연 후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셨고 이후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하기로 결정하기 전 두 편의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와 고심했다.

'원 톱'으로 두 시간을 이끄는 영화를 선택하려다 선회했다.

'스피드 레이서'에선 주연이 아닌, 스토리의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배역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신인의 자세로 조연부터 시작해 큰 거목이 되고 싶다.

언어도 제대로 안되는데 두 시간 영화를 이끌긴 힘들지 않겠나(웃음).

--비 영입설에 따라 주식 시장이 요동친다는 보도를 봤을 것이다.

▲내 이름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려 많은 분들이 피해를 안 봤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었을 때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느끼는 게 목표다.

(주위 신경 안 쓰고) 내 일만 열심히 할 것이다.

--어느 소속사로 이적할지, 회사를 직접 운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혼자 헤쳐나가야 하니 외롭지 않나.

▲(박)진영이 형이 내게 자립심을 많이 키워줬다.

음식을 먹는 법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줬다.

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펼치라'고 얘기해줬다.

지금껏 노래하는 법부터 형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형은 나를 위해 자신의 반쪽을 줬다.

(박진영과의) 완전한 이별은 성급한 판단이다.

--결정을 내릴 순간이 많았을 텐데, 본인의 의지에 따랐나.

▲정말 수많은 길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 한다고 잘되는 건 결코 아니다.

주위 스태프로부터 노하우와 연륜을 배웠다.

--미국 케이블TV 코미디 센트럴 '더 콜버트 리포트'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노래하던 비를 풍자했는데.

▲난 그것도 감동스럽고 감사하다.

영어를 공부하며 보던 프로그램인데 내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린제이 로한 등 최고 스타들이 호평ㆍ혹평을 당하는 인기 프로그램 아닌가.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국내에서도 많은 연예인들이 패러디했다.

이런 게 신드롬 아닐까(웃음).

--그간 박진영 씨의 음악으로 노래했는데 직접 음반을 프로듀싱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집에 박스가 하나 있다.

어렸을 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버스 손잡이,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 등을 보며 적어놓은 콘셉트 노트가 담겨 있다.

나의 기록을 언젠가는 써먹을 것이다.

자신 있을 때 프로듀서를 해보고 싶다.

--비주얼적인 면 때문에 음악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1~4집까지 (박)진영이 형의 좋은 곡들로 무대에서 노래했다.

무대 위 비주얼 때문에 내 음악성이 뒤처진다고 생각진 않는다.

발라드를 부르면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하고 댄스 가수에 대해선 보컬적인 면에서 혹평하는 분들이 많다.

난 1집 때부터 하루 2시간씩 러닝머신에서 뛰며 노래 연습을 했다.

피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노력했다.

나도 꼭 아티스트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달 새 몇 개국을 다녔는데 건강은 어떤가.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목숨 걸고 해 쓰러질 수 없다.

힘든 일이 닥칠 때는 정말 힘들기도 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나.

▲가수를 하게 된 건 배고픔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짜 돈이 없었다.

어머니 병원비가 없는 게 초라했고 내가 싫어졌다.

(어머니께) 진통제 주사를 놓아드릴 돈이 없었다.

무대에서 숨이 막혀 가슴이 터질 듯해도 '어머니의 그 찢어지는 고통보다 지금 내가 덜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스태프와 팬들도 큰 힘이 된다.

--최근 암 투병 환자인 여성 팬 안소봉 씨를 도운 사실이 알려져 가슴이 뭉클했다.

▲그분의 사연이 마치 영화처럼 가슴 아팠다.

아침에 소속사에 나가자 매니저들이 (팬 카페에 올려진) 사연을 읽어보라고 했다.

아픈 사람과 치유하는 사람의 고통을 안다.

나 역시 간병인이었기에 힘들다는 걸 잘 안다.

오히려 이 일이 크게 알려져 그분들께 죄송하다.

(도쿄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