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주한 외교단 부인회 6인방 '사랑의 외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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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행사를 준비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요? 몇 시간 전 행사 장소에 들어왔을 때죠.게스트용 테이블을 지도까지 그려주면서 만들어 달라고 호텔 측에 주문했는데 와보니 테이블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가슴이 철렁하면서 '망했구나' 싶었죠.워낙 긴장한 나머지 로비안쪽에 있는 행사장을 미처 못 본거죠.십년감수했어요."
주한 외교사절들의 자선모금 행사인 '퍼레이드 오브 네이션스'가 열린 지난 15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미카엘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부인의 얼굴에는 당시 긴장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자선 모임의 총무역을 맡은 카스피 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 부부 등 저명한 분들을 초대했고 미술품 경매와 공연 등도 준비해 실수 없이 잘 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며 어려웠던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랜드볼룸에 모인 외교관, 기업인 등 500여명의 인사들은 포옹을 하는 등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경매용 미술품 앞에 삼삼오오 모여 감탄을 쏟아냈다.
손님맞이를 하는 등 분주하게 행사장을 다니던 6명의 대사 부인들의 얼굴에도 비로소 미소가 떠올랐다.
엘살바도르 튀니지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국가와 인종도 다른 6개국 대사 부인들이 뭉친 것은 2005년. 59개국 대사 부인들로 구성된 '주한 외교단 부인회' 대표로 자선 행사를 맡으면서 부터다.
자선 모금 행사는 올해가 세 번째다.
이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대사 부인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자선 행사에 참여했다.
재미있고 특별한 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모은 기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모으는 일은 대사 부인들의 특기로 모두 자신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외교관의 배우자라면 '특권층'이자 동경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우리 생각은 좀 달라요.
배우자 역시 자국을 대표하는 엄연한 외교 사절입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위치를 활용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자선 행사의 개최 배경을 설명하는 소니아 마수드 파키스탄 대사 부인의 표정이 진지했다.
주한 외교단 부인회는 자선 행사의 성공을 위해 지난 1년간 아이디어를 짜냈다.
특히 이들 6명의 부인들은 기업과 개인 스폰서를 모으고 프로그램을 짜고 초청장을 만드는 등 실무 작업을 맡았다.
연초부터는 매주 한 차례씩 만나 지난해보다 더 좋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외교관 부인답게 이들의 조직력은 큰 성과를 올렸다.
각국의 전통춤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유치했다.
벨기에 대사 부인은 손수 그린 연꽃 그림을, 스웨덴 대사 부인은 한지로 만든 텍스타일 공예품 등을 자선 경매에 기증했다.
한국의 유명 예술가들도 이들 대사 부인들의 취지에 공감하며 행사에 참여했다. 독창적인 전각화로 유명한 고암 정병례 화백 등은 아끼던 그림을 내놓았다.
대사 부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자선 행사를 더욱 알차게 변신시키고 있다.
첫해에는 40여개국의 다양한 전통 의상을 선보이는 패션쇼였고 지난해에는 50여개국 대사부부들이 직접 나서 콘서트를 열었다.
모금액은 2005년 3200만원, 2006년 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한국 기업은 물론 주한 외국 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올해는 한 대기업이 3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자선 행사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하루 백원 이웃돕기회', 목포에 있는 장애인 재활시설 명도복지관, 이주노동자병원 등을 후원하는 데 쓰여지고 있다.
자선 행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대사 부인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 늘어나는 등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미카엘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부인도 준비과정에서 한국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중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적극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문화적으로도 다채롭고 배울 점이 많아요. " 그는 경매용으로 전시된 정병례 화백의 그림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인간이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그림이죠.한국인의 독특한 정신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워요."
"우리가 준비한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계속 행사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벌써 내년 행사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요." 나빌라 바티 튀니지 대사 부인은 "올해는 1억원을 모아 한국 사회에 조금 더 기여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가슴이 철렁하면서 '망했구나' 싶었죠.워낙 긴장한 나머지 로비안쪽에 있는 행사장을 미처 못 본거죠.십년감수했어요."
주한 외교사절들의 자선모금 행사인 '퍼레이드 오브 네이션스'가 열린 지난 15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미카엘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부인의 얼굴에는 당시 긴장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자선 모임의 총무역을 맡은 카스피 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 부부 등 저명한 분들을 초대했고 미술품 경매와 공연 등도 준비해 실수 없이 잘 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며 어려웠던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랜드볼룸에 모인 외교관, 기업인 등 500여명의 인사들은 포옹을 하는 등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경매용 미술품 앞에 삼삼오오 모여 감탄을 쏟아냈다.
손님맞이를 하는 등 분주하게 행사장을 다니던 6명의 대사 부인들의 얼굴에도 비로소 미소가 떠올랐다.
엘살바도르 튀니지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국가와 인종도 다른 6개국 대사 부인들이 뭉친 것은 2005년. 59개국 대사 부인들로 구성된 '주한 외교단 부인회' 대표로 자선 행사를 맡으면서 부터다.
자선 모금 행사는 올해가 세 번째다.
이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대사 부인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자선 행사에 참여했다.
재미있고 특별한 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모은 기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모으는 일은 대사 부인들의 특기로 모두 자신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외교관의 배우자라면 '특권층'이자 동경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우리 생각은 좀 달라요.
배우자 역시 자국을 대표하는 엄연한 외교 사절입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위치를 활용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자선 행사의 개최 배경을 설명하는 소니아 마수드 파키스탄 대사 부인의 표정이 진지했다.
주한 외교단 부인회는 자선 행사의 성공을 위해 지난 1년간 아이디어를 짜냈다.
특히 이들 6명의 부인들은 기업과 개인 스폰서를 모으고 프로그램을 짜고 초청장을 만드는 등 실무 작업을 맡았다.
연초부터는 매주 한 차례씩 만나 지난해보다 더 좋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외교관 부인답게 이들의 조직력은 큰 성과를 올렸다.
각국의 전통춤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유치했다.
벨기에 대사 부인은 손수 그린 연꽃 그림을, 스웨덴 대사 부인은 한지로 만든 텍스타일 공예품 등을 자선 경매에 기증했다.
한국의 유명 예술가들도 이들 대사 부인들의 취지에 공감하며 행사에 참여했다. 독창적인 전각화로 유명한 고암 정병례 화백 등은 아끼던 그림을 내놓았다.
대사 부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자선 행사를 더욱 알차게 변신시키고 있다.
첫해에는 40여개국의 다양한 전통 의상을 선보이는 패션쇼였고 지난해에는 50여개국 대사부부들이 직접 나서 콘서트를 열었다.
모금액은 2005년 3200만원, 2006년 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한국 기업은 물론 주한 외국 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올해는 한 대기업이 3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자선 행사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하루 백원 이웃돕기회', 목포에 있는 장애인 재활시설 명도복지관, 이주노동자병원 등을 후원하는 데 쓰여지고 있다.
자선 행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대사 부인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 늘어나는 등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미카엘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부인도 준비과정에서 한국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중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적극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문화적으로도 다채롭고 배울 점이 많아요. " 그는 경매용으로 전시된 정병례 화백의 그림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인간이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그림이죠.한국인의 독특한 정신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워요."
"우리가 준비한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계속 행사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벌써 내년 행사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요." 나빌라 바티 튀니지 대사 부인은 "올해는 1억원을 모아 한국 사회에 조금 더 기여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