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급 기술 인력이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 아시아 국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요즘 일본 최고의 수출품은 비디오 게임이나 친환경 자동차가 아닌 고급 엔지니어들"이라며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회사 규모를 축소하면서 수천 명의 기술 인력과 산업 전문가들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만 한국 중국 등의 기업으로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많은 일본의 기술자들은 다른 아시아 기업에서 일자리를 제의받고 있다. 스스로 해외 일자리 찾기에 나서는 일본 기술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미쓰비시전기에서 근무했던 고바야시 헤이지씨는 최근 대만의 '파워칩반도체'의 제조라인 설계 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일본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도 받았고 개인 비서까지 두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처럼 대만으로 건너간 일본 기술 인력들은 2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해외 취업 전문업체인 파소나글로벌에 따르면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등록한 일본인 수는 올해 3월 현재 4930명으로 5년 전의 2637명에 비해 거의 배로 늘었다. 주변 국가들 역시 일본 인재 끌어오기에 적극적이다.

특히 대만 기업들은 전자 분야의 선진 기술을 취득해 소니와 같은 일본의 선두 업체들을 따라 잡고 급성장하는 중국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일본 인재들을 끌어왔다. 최근에는 중국 및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일본 기술 인력 고용에 나서고 있다.

NYT는 일본의 기술 인력 유출은 종신 고용 개념이 강하고 전자산업의 힘이 국가적 자부심이었던 일본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같이 기술 인력 유출이 크게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보다 좋은 보수와 승진 기회 등을 제공해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