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웬만한 악재에는 꿈쩍도 않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 폭탄, 글로벌 증시 하락 등 예전 같으면 맥을 추지 못했을 변수 앞에 강해진 체력을 당당히 과시하고 있다.

오죽하면 시장에선 부담을 해소해 줄 만한 조정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마저 관측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과열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시장은 좀처럼 밀리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선 적절한 대응 전략을 짜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업종 및 종목별로 매기가 옮겨다니며 주도주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장세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칫 잘못하다간 주도주라도 고점에 다다른 시점에 들어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차기 주도주를 잘못 골라 상승장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주도업종이나 종목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실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적이 부진한 종목들이 돌고 도는 수급에 의해 일정 부분 상승하는 패턴이 관측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종목들이 간헐적으로 기술적인 반등을 보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연속성을 지닌 순환매가 유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이선엽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습관대로 순환매를 기대하고 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 이런 변화의 원인은?

최근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매 볼륨도 커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외국인이나 기관은 수급에 따른 단기 급등 종목보다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우량한 종목에 우선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이선엽 연구원은 "이러한 기본적인 체질 변화가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제갈길을 가고 있는 지수 상승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조선과 건설, 기계, 해운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들 간의 선순환이 진행되면서 지수의 안정성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조선이 쉬는 동안 건설과 해운이 뜨고, 또 이들이 쉬는 동안 철강과 제약주가 뜨는 식으로 업종간 상승과 숨고르기가 병행되면서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조정이 오지 않는 것이다.

<표>
[주말판]강해진 시장의 힘..실적에 주목하라




















이러한 업종간 선순환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수의 안정성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기본적인 특성이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상대적인 소외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변화와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욕심을 버리고 장세에 순응하면서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단기 추세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흐름을 타는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의 발굴에 있어서도 기준은 실적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덜 오른 업종으로 보험과 증권, 제약, 자동차, 부품 등을 꼽았다.

한양증권은 최근 한달간 산업별 주당순익(EPS) 증가율에서 제약과 경기소비재, 음식료, 금융업종 등 내수주의 실적 모멘텀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차기 주도업종으로의 부각 가능성을 제시했다.

<표2>




















한편 다음주엔 한국과 일본의 4월 산업생산 동향 및 미국의 FOMC 의사록 공개 등 주요 경제 지표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목된다.

5월 수출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의 소비/제조/고용 지표도 기존 흐름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따라서 이런 양호한 지표들이 증시의 기술적 조정 압력을 얼마나 방어해주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