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 12위' 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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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가와 유키코 <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fukagawa@waseda.jp >
경제개발론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쯤 될까."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경제학과 학생들이지만 대답이 없다.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한국 학생이었다면 아마 다른 나라 국민소득까지 대답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여전히 국제경쟁력 순위 등 각종 랭킹 지표에 일희일비하며,경제규모로 세계 12위인 한국이 "아직 더 따라 잡아야 해"라고 외친다.
최근 강조되기 시작한 지식기반산업으로의 구조전환론도,일본과 중국의 협공을 걱정하는 샌드위치론도 따지고 보면 '따라 잡아야 해'라는 발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가격경쟁을 중심으로 한 '따라잡기'는 어차피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선진국 간 경쟁은 본질적으로 '독자적인'기술혁신과 비즈니스모델을 민관이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차별화 경쟁이다.
최종적으로 높은 생산성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어떤 나라를 목표로 할 것인가'에 대해선 다양한 가치관도 존재하기 때문에 딱히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이 나라다'라고 말할 수 없다.
핀란드와 아일랜드 싱가포르와 같은 작은 나라는 미국과 같은 큰 나라 모델을 따라갈 수도 없고,따라 갈 필요도 없다.
고용유지압력이 크지 않고,정보기술(IT) 등의 기술혁신이 곧바로 확산돼 도시와 지방 간 격차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화는 작은 나라에 더 유리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국민국가의 틀을 포기하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면서 유럽연합(EU)으로 결속해 큰 나라 모델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유럽이란 거대시장은 독자적인 공정거래법 운용과 기술표준 추진을 가능케 했고,미국과는 달리 환경이란 가치추구를 가능하게 했다.
일본은 세련된 '공급망관리(SCM)',동양적 문화에 의한 지식기반 강화,의료 농업 행정의 혁신을 지향해 오히려 큰 나라 모델로부터의 다운사이징을 모색하고 있다.
큰 나라 모델을 지속할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 간 경쟁은 이처럼 다양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독자적인 전략을 갖고 있는가.
작은 나라 모델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으론 큰 나라가 되길 바라고 있어 전략이 분명치 않은 것은 아닐까.
다양한 경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인밖에 할 수 없는 것' 또는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도 사람도 돈만 내면 손에 들어 온다는 발상을 가진다면 이런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와이브로 기술유출 사건도 이러한 풍토를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를 발표한 것은 1989년이다.
그 이전의 일본차는 가격과 성능면에선 뛰어났지만 그뿐이었다.
렉서스의 성공은 정밀하고 웅장한 BMW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일본 차실(茶室)과 같은 조용함을 떠오르게 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아마 지금의 한국차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도요타에서도 중국인 직원이 자동차 도면을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도로 큰 소동이 일어나진 않았다.
일본인이 개미와 같은 근면함 치밀함으로 쌓아 올린 토착적인 생산시스템 전체를 지금의 중국 기업 풍토로서는 흉내낼 수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희망은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한류(韓流)'의 비즈니스모델은 베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인 배우가 자아내는'정(情)'이나 '따뜻함'의 세계까지는 흉내낼 수 없다.
최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손 잡은 삼성과 LG의 협력이 이러한 독자적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되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차원을 맞이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성공에서 배우는 겸허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선진국과 비교해 무엇이 부족한가만을 생각해선 독자성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히 파악하면서 한국인의 세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다.
일단 '세계 12위'의 협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어쩌면 비약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다.
경제개발론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쯤 될까."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경제학과 학생들이지만 대답이 없다.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한국 학생이었다면 아마 다른 나라 국민소득까지 대답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여전히 국제경쟁력 순위 등 각종 랭킹 지표에 일희일비하며,경제규모로 세계 12위인 한국이 "아직 더 따라 잡아야 해"라고 외친다.
최근 강조되기 시작한 지식기반산업으로의 구조전환론도,일본과 중국의 협공을 걱정하는 샌드위치론도 따지고 보면 '따라 잡아야 해'라는 발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가격경쟁을 중심으로 한 '따라잡기'는 어차피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선진국 간 경쟁은 본질적으로 '독자적인'기술혁신과 비즈니스모델을 민관이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차별화 경쟁이다.
최종적으로 높은 생산성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어떤 나라를 목표로 할 것인가'에 대해선 다양한 가치관도 존재하기 때문에 딱히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이 나라다'라고 말할 수 없다.
핀란드와 아일랜드 싱가포르와 같은 작은 나라는 미국과 같은 큰 나라 모델을 따라갈 수도 없고,따라 갈 필요도 없다.
고용유지압력이 크지 않고,정보기술(IT) 등의 기술혁신이 곧바로 확산돼 도시와 지방 간 격차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화는 작은 나라에 더 유리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국민국가의 틀을 포기하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면서 유럽연합(EU)으로 결속해 큰 나라 모델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유럽이란 거대시장은 독자적인 공정거래법 운용과 기술표준 추진을 가능케 했고,미국과는 달리 환경이란 가치추구를 가능하게 했다.
일본은 세련된 '공급망관리(SCM)',동양적 문화에 의한 지식기반 강화,의료 농업 행정의 혁신을 지향해 오히려 큰 나라 모델로부터의 다운사이징을 모색하고 있다.
큰 나라 모델을 지속할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 간 경쟁은 이처럼 다양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독자적인 전략을 갖고 있는가.
작은 나라 모델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으론 큰 나라가 되길 바라고 있어 전략이 분명치 않은 것은 아닐까.
다양한 경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인밖에 할 수 없는 것' 또는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도 사람도 돈만 내면 손에 들어 온다는 발상을 가진다면 이런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와이브로 기술유출 사건도 이러한 풍토를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를 발표한 것은 1989년이다.
그 이전의 일본차는 가격과 성능면에선 뛰어났지만 그뿐이었다.
렉서스의 성공은 정밀하고 웅장한 BMW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일본 차실(茶室)과 같은 조용함을 떠오르게 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아마 지금의 한국차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도요타에서도 중국인 직원이 자동차 도면을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도로 큰 소동이 일어나진 않았다.
일본인이 개미와 같은 근면함 치밀함으로 쌓아 올린 토착적인 생산시스템 전체를 지금의 중국 기업 풍토로서는 흉내낼 수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희망은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한류(韓流)'의 비즈니스모델은 베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인 배우가 자아내는'정(情)'이나 '따뜻함'의 세계까지는 흉내낼 수 없다.
최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손 잡은 삼성과 LG의 협력이 이러한 독자적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되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차원을 맞이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성공에서 배우는 겸허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선진국과 비교해 무엇이 부족한가만을 생각해선 독자성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히 파악하면서 한국인의 세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다.
일단 '세계 12위'의 협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어쩌면 비약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