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금융 지식재산권 의약품 등 핵심 사항과 관련한 모호한 표현이 많아 찬·반 양쪽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모호한 표현의 경우 대부분 선언적이거나 비구속적인 부분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향후 양국의 해석이 엇갈려 분쟁이 생기거나,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호한 표현…입맛대로 해석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4일 협정문 공개와 동시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한국이 방카슈랑스 개혁,네거티브 규제 등과 같은 규제 개혁을 약속(committed)했다"고 밝혔다.

이는 13장 금융서비스 분야의 부속서한에 있는 "미국은 한국이 금융허브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긍정적인 조치를 인정하면서 한국의 3가지 규제 이니셔티브(△네거티브 규제 접근 △2단계 방카슈랑스 이행 △보험서비스 공급 분야 외환 보유 요건의 추가적 자유화)를 환영했다"는 문구를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네거티브 규제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의 경우 금융권의 공방으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2단계 방카슈랑스 역시 상품별로 최장 3년간 시행이 유예될 만큼 국내 논란이 큰 사안이다.

문홍성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미 행정부가 대내 설득을 위해 '약속'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며 "'환영'이라는 표현에는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우편(국내 특송) 개방과 관련해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는 부속서를 통해 "5년 내에 우편법 또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우정당국의 독점에 대한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이 부속서에 대해서도 비구속적이며 선언적인 문서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추가 협의 필요할 듯

지재권 분야 부속서엔 '양국이 저작물의 무단복제 배포 전송 등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지재권 보호 노력이나 위반 정도 등 구체적 집행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 내용대로라면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 다음 등이 가장 먼저 폐쇄 위기에 처하며 파일 공유 사이트들도 폐쇄 위협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도 법원 판결로 불법 복제를 조장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지만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강화 수준은 현재로선 딱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구체적 집행 등과 관련된 사항은 추가 협의가 필요한 셈이다.

의약품 분야에서도 '특허 의약품의 가치를 적절히 인정한다'란 문구가 논란거리다.

미국이 '신약의 최저가 보장(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A7의 평균 약값)'을 요구한 결과,결국 이런 문구로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이 문구는 어떠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으로 가격을 인정하거나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닌 선언적인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적절히'란 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가 사용량을 기준으로 신약의 약값을 정할 경우 미국이 '적절하다'고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