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회사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네요. 이젠 기본기능뿐 아니라 복합기능을 갖춘 제품도 내놓았습니다."
(중국삼성 박근희 사장)

"한국기업들이 제품만 갖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웃소싱 확대 등 비즈니스모델 차별화를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LG전자 중국지역총괄 우남균 사장)


지난 25일 제 10회 중국과학산업전람회가 열린 베이징시 국제전람관 제1전시장.이곳을 찾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 담당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제품의 비교우위가 없어지고 있다"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중국시장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의 두 회사와 일본 파나소닉,그리고 중국의 하이얼 하이신 TCL 롄샹 등 전자업체들의 부스를 중심으로 꾸며진 전자제품 전시관은 첨단기술 경연장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품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 5.9mm 핸드폰과 102인치 박막TV는 전람회를 찾은 많은 중국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정작 삼성과 LG의 두 CEO들은 중국업체들의 부스를 둘러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삼성전자 부스 바로 옆에 설치된 중국 종합전자업체 하이얼의 전시장. 중국삼성 박 사장은 컴퓨터의 자판에 직접 입력해본 뒤 원통형 세탁기의 뚜껑을 열어 내부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는 "중국제품들이 글로벌 메이커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디자인도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세련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중국의 또 다른 TV제조업체인 하이신이 전시한 박막TV를 이용한 홈시어터, 통신망을 이용한 전자기기 제어장치 등을 보고는 "몇년 전만 해도 이런 복합기술제품은 출품되지 않았었는데…"라며 놀라워했다.

전자기기 제어장치는 가정용 기기를 집밖에서 켜고 끌 수 있도록 할 뿐아니라 산업용으론 전 시가지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응용범위가 넓은 첨단기술로 즉석 평가했다.

박 사장은 "최첨단 기술은 아직 한국보다 뒤떨어지지만 이젠 뒤에서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바짝 따라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삼성 경제연구소 유진석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저리대출이나 부실채권 매입은 물론 기술개발 지원 등 중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중국전자업체들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한국제품과의 가격차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기술격차는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LG전자 우 사장은 "한·중 간에는 제품만 갖고 차별화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고 이젠 비즈니스모델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제품을 내놓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서 비교우위를 갖느냐는 새로운 경쟁을 시작해야 할 만큼 중국 기업들의 제품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