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니 매수자가 나타나 집값도 좀 오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전혀 없어 매매가가 작년 말 수준 그대로예요."(서울 마포구 공덕동 A공인 관계자)

서울 마포구 공덕5구역이 지난 15일 조합설립인가가 났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썰렁하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대지지분 4~5평짜리 다세대주택 매물이 1억6000만원에 나와 매물을 구하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상태지만,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만 골목마다 펄럭였을 뿐 매수문의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재개발 아파트는 서울시의 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 등 사업이 한 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지분가격이 상승하며 손바뀜도 빈번했지만,이젠 옛말이 돼버렸다.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 올 9월부터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가 재개발 아파트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종전의 호재로 약발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일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진 경기 부천시 약대1·2구역도 공덕5구역과 비슷한 상황이다.

팔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30~40평대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평당 1200만~1300만원에서 몇 달째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대동 B공인 관계자는 "2005년 말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될 때는 당시 평당 800만원이었던 땅값이 300만~400만원씩 오르고 매물도 모두 자취를 감춰 매수자의 애를 태웠는데 지금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업이 진행돼 가격이 오르면 되팔 생각으로 투자했던 사람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12구역 역시 구역지정 고시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는 냉기만 흐른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인터넷 등을 통해 개발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 때문에 사업추진 일정에 따라 집값이 출렁거렸던 현상이 많이 약화되기도 했지만,무엇보다 반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재개발 아파트 인기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15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동대문구 회기1구역을 포함,서울 등 수도권 재개발 아파트 대부분에서 감지된다.

재개발지역 주변 중개업소들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현재 같은 시장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꼽는다.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도 적용케 돼 있어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투자자들의 관심도 썰렁해졌다는 지적이다.

김응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조합원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성이 불투명해져 재개발아파트 투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져 사업이 진전된 단지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일부 재개발 단지는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어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사업을 포기하거나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재개발 단지 역시 큰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좀 더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