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수요자 관계없이 유동성총량 증가에 우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가운데 통화당국과 민간경제연구소 등이 중소기업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대출주체인 시중은행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증가에 대해 "생산현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순기능 측면이 강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통화당국은 "부동산시장이건 중소기업이건 유동성 총량 자체가 급증하는 것이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28일 한국은행과 민간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가계대출증가액은 3조8천억원에 불과했고 특히 작년 전체 대출증가세를 주도했던 주택담보대출은 1조2천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무려 22조2천억원에 달했다.

특히 5월 들어서도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15일까지 중소기업 대출이 2조3천억원 가량 증가하는 등 대출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금리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고 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연체율 상승과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중소기업대출 급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중소 제조업체들의 업황 개선정도에 비해 대출이 너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지난해 1분기 1.7%이던 중소기업 대출연체율이 지난해말 1.1%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1분기 1.3%로 높아졌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소기업 대출 급증이 제조업보다는 부동산업과 건설업 등에 몰리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부동산 가격하락 위험에 더욱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전체 기업대출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1999년초 47.9%에서 2006년말 36.9%로 떨어졌지만 부동산업 비중은 2.4%에서 15.9%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1.4분기 예금은행의 산업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서비스업 부문 대출증가액 6조8천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조7천600억원이 부동산업에 몰렸다.

중소기업 대출은 신용대출보다 주택과 건물.토지 등 부동산담보부 대출비중이 높아 향후 대출부실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3월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모 금통위원은 "지난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과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하고 이자보상비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특히 영업이익으로 순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한 한계중소기업의 차입금비중도 상승하는 등 최근 중소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이 각종 규제로 막히자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시중은행들이 다소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업체에도 자금공급을 늘리면서 향후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이런 우려와 달리 일부 정부 당국자와 시중은행들은 부동산시장이 아닌 생산현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면 결국 투자확대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순기능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은의 고위관계자는 "과거 신용카드 남발을 통해 인위적으로 내수경기를 부양했던 시절에도 소비진작이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순기능 측면을 강조하는 주장이 있었으나 결과는 신용불량자 양산과 극심한 경기부진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급증도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방의 토지보상금이 수도권으로 몰려 주택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던 것처럼 중소기업 대출 급증도 또다른 형태의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부동산구입용 대출이건 중소기업 대출이건 대출급증에 따른 유동성 총량이 급증하는 것 자체를 유의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