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일약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밀양’에서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그녀를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이다.

1990년 ‘존슨 앤 존슨’ CF로 브라운관에 첫 얼굴을 내민 전도연은 ‘우리들의 천국’(1993년) ‘젊은이의 양지’(1995년) 등 주로 TV드라마 조연으로 출연했다.

스크린에 데뷔할 행운이 찾아온 것은 1997년.당시 톱스타 심은하가 출연을 포기하면서 장윤현 감독의 ‘접속’에 캐스팅됐다.

멜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전도연에게도 무명의 설움을 날려버리고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이후 ‘약속’(1998년) ‘내마음의 풍금’(1999년) ‘해피엔드’(1999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년) ‘피도 눈물도 없이’(2002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 ‘인어공주’(2004년) ‘너는 내 운명’(2005년) 등에 출연하면서 전도연은 한국 최고의 여배우로 성장했다.

‘약속’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너는 내 운명’ 등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내 마음의 풍금’ 출연 당시 27세였던 전도연은 학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열일곱살 늦깎이 초등학생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밀양’의 전작인 ‘너는 내 운명’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으로 열연해 역대 멜로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이 때까지 두 번의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청룡영화상·대한민국영화대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전도연은 캐릭터에 자신을 완전히 동화시켜 무슨 역할이든지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낸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조각같이 예쁜 스타일은 아니지만 풋풋함과 수수함으로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를 잃은 엄마역을 비롯해 늦깎이 초등학생,바람난 유부녀,라운드걸 출신의 여자깡패,조선시대의 정절녀,제주도 해녀,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 등으로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던 전도연은 ‘밀양’에서 관객들을 숨 막히게 하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충무로를 뛰어 넘어 세계영화계가 극찬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다.

증폭되는 슬픔과 절망,정신 분열을 신기에 가깝게 연기해 ‘전무후무’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 것.그는 지난 3월 결혼한 ‘새색시’다.


◆ 밀양은 어떤 영화?

‘밀양’은 사별한 남편의 고향에 내려와 새출발을 하려다 아이까지 잃게 되는 한 여인과 그에게 햇살처럼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시골 노총각의 이야기다.

온갖 비극이 닥치면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 신애(전도연)는 마지막으로 교회에 의지하지만 아이를 살해한 유괴범을 자신보다 먼저 신이 용서했다는 데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극도의 분노 속에 결국 신을 부정하고 격렬히 반항한다.

자신을 교회로 이끈 약사의 남편을 유혹하고,교회 부흥회에서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틀어대면서….
투박한 밀양 사투리를 구사하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은 이런 신애 주위를 계속 맴돌며 버팀목이 되려고 한다.

속물이지만 순진한 종찬은 영화 제목처럼 신애에게 새로운 희망인 ‘비밀의 햇살(Secret Sunshine)’이다.

이 때문에 영화 평론가들은 ‘밀양’이 인간의 구원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빛을 발한다.

전도연은 말할 것도 없고 송강호 역시 종찬과 완전히 하나가 된 호연을 선보였다.

‘밀양’은 시사회 때부터 ‘이창동 작품 중 최고’ ‘최고 한국영화 중 완성도가 가장 높다’ 등의 극찬을 받았다.

시네마서비스가 투자·배급을 맡고 파인하우스필름(주)이 제작해 지난 23일 개봉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